유럽남방천문대(ESO)가 14일(현지시간) 공개한 이미지는 우리 은하 중심 블랙홀 ‘궁수자리 A별’의 주변에서 여러 별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미지는 국제연구진이 지난 3월부터 7월 사이 칠레 파라날천문대에 설치된 초거대망원경 간섭계(VLTI)의 ‘그래비티’(GRAVITY) 장비를 사용해 여러 차례 관측한 연구 데이터로 만든 것이다. 이전 보다 20배 더 선명하다.
이미지는 또 이번 관측 연구에서 새로 발견된 별 ‘S300’뿐만 아니라 ‘S29’로 명명된 별이 지난 5월 말 궁수자리 A별에 가깝게 접근한 모습을 보여준다. 당시 S29는 블랙홀로부터 태양과 지구 거리의 약 90배인 130억㎞ 거리를 초당 8740㎞라는 놀라운 속도로 통과했다. 지금까지 다른 어떤 별도 궁수자리 A별에 S29만큼 가깝게 다가가거나 그 주위를 빠르게 이동하는 모습은 관측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궁수자리 A별의 질량이 태양의 430만 배라고 추정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 궁수자리 A별의 정확한 질량과 회전 주기, 그리고 주위에 있는 별들이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맞춰 정확하게 움직이는 지 등 여러 가지 의문에 관한 답을 찾으려 했다.
이에 대해 연구 책임저자인 라인하르트 겐젤 독일 막스플랑크 외계물리학연구소(MPE) 소장은 “이 같은 질문에 답할 가장 좋은 방법은 거대질량 블랙홀에 가까운 별들의 궤도를 추적하는 것”이라면서 “연구를 통해 우리가 그 어느 때보다 정확하게 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게 될 것”고 말했다.
궁수자리 A별과 같은 블랙홀은 중력이 매우 강해 빛조차 빠져나오지 못하는 시공간 영역으로, 주변의 먼지와 가스를 빨아들이는 강력한 중력원으로 작용한다. 태양을 포함한 우리 은하의 별들은 궁수자리 A별의 강력한 중력에 의해 그 주위를 돈다. 별들은 블랙홀과 먼 거리에서 그 주위를 돌고 있지만, 너무 가까워지면 삼켜질 수 있다. 다행히도 지구는 궁수자리 A별에서 2만 7000광년 거리에 있다. 1광년 거리는 약 9조 5000억㎞다.
한편 이번 연구 성과는 논문 두 편에 각각 기술돼 국제 학술지 ‘천문학과 천체물리학’(Astronomy & Astrophysics) 14일자에 실렸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