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장은 "학교는 수학이나 국어 그 이상을 배우는 곳이 되어야 한다"며 남자교사들에게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스페인 우엘바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 학교에는 성적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는 5학년 여학생이 있다. 생물학적으론 분명 여자로 태어났지만 자신을 남자로 느끼는 이 여학생은 성적 정체성 때문에 괴롭힘을 당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단의 여자 친구들은 여학생을 구타하고 여자화장실 사용을 금지했다.
남학생들도 여학생을 괴롭히긴 마찬가지다. "네가 여자지 남자냐?"라며 놀려대고 욕설을 퍼붓기도 한다. 현지 언론은 "남학생들도 여학생의 화장실 사용을 금지했다"며 "여학생은 등교 후 화장실조차 못가는 신세가 됐다"고 보도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되자 학생 보호에 나선 건 교사들이었다. 교사들은 우선 여학생을 괴롭히는 학생들을 불러 차분하게 대화를 나눴다.
학교장 호아킨 페르난데스는 "여학생이 어릴 때부터 성적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어 언젠가 이런 일이 있을 줄 알았지만 결국 악행을 당하기까지 이르렀다"며 "더 이상 문제를 방치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성적 정체성과 관련된 혼란은 죄가 될 수 없지만 괴롭힘은 나쁜 일이자 죄가 된다는 교사들의 말에 가해자 학생들은 눈물을 흘리며 반성을 했다고 한다.
교사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특히 남자교사들이 여학생 보호와 응원에 적극 나섰다.
남자교사들은 지난 17일(현지시간)부터 치마를 입고 출근하기 시작했다. 네일까지 예쁜 색으로 칠하고 교단에 서는 남자 교사도 있다.
학부모들에겐 통신문을 돌려 양해를 구했다. 교사들은 "성적 정체성을 놓고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 있다. 모두가 그 학생을 도와야 하니 이해를 바란다"고 부탁했다.
다행히 반대 또는 반발하는 학부모는 단 1명도 없었다고 한다.
한 교사는 "성적 정체성 혼란이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는 사실, 여학생에게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데 목적이 있었다"며 "다행히 교사들이 전면에 나선 후 괴롭힘은 중단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