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카리에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사용자는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평범하지만 충격적인 사진을 올렸다. 사진엔 2002년부터 2021년까지 그가 모은 영화관 입장권이 순서대로 놓여 있다.
총 19장의 입장권엔 20년간 그가 동일한 영화관에서 본 영화의 제목과 가격이 표시돼 있다. 이 기간 영화관 입장료가 얼마나 올랐는지 한눈에 볼 수 있는 '입장권 컬렉션'인 셈이다.
사진을 보면 아르헨티나 고질적이고도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을 생생히 간접 체감할 수 있다.
입장권 컬렉션의 1호 입장권은 2002년 영화 해리 포터를 볼 때 끊었다. 이때 입장료는 5페소였다.
입장료는 2005년까지 1페소 오르는 데 그쳤지만 이듬해부터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2006년 7.5페소로 뛴 입장료는 2008년 9페소로 오른다.
이어 2015년 47.5페소까지 오른 입장료는 이때부터 우주선을 탄 듯 수직상승하기 시작한다. 2016년 65페소, 2017년 85페소, 2019년 145페소 등 오름세는 갈수록 가팔라진다.
2020년 1월 217.5페소로 200페소 선을 돌파한 입장료는 지난해 6월 360페소로 오르더니 12월엔 다시 400페소로 올랐다. 20년간 인상률은 무려 7900%에 이른다.
입장권을 모은 사용자가 20년간 줄곧 이용한 영화관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쇼우케이스 벨그라노'라는 곳이다.
현지 언론은 사진이 화제가 되자 이 영화관의 현재 입장료를 확인했다. 2022년 1월 현재 이 영화관의 입장료는 정가 기준 800페소였다.
할인이나 프로모션 혜택이 적용되지 않은 가격을 기준으로 할 때 2002년과 비교하면 입장료는 1만 5900% 오른 셈이다.
현지 언론은 "통계만으론 실감하기 쉽지 않은 인플레이션의 심각성을 단번에 확인할 수 있다"면서 "사진을 본 경제전문가들조차 경악스러운 수치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인플레이션은 아르헨티나 경제의 고질적인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아르헨티나 통계청의 공식 통계를 보면 지난해 아르헨티나의 인플레이션은 50.9%였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생필품에 대한 최고가격제를 시행하는 등 생활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고삐 풀린 인플레이션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