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중국

16년 동안 한 환자만...5800일 넘게 식물인간 지킨 간병인

작성 2022.01.26 09:27 ㅣ 수정 2022.01.26 09:27
페이스북 공유 트위터 공유 카카오톡 공유 네이버블로그 공유
세계 이슈 케챱 케챱 유튜브 케챱 틱톡 케챱 인스타그램
확대보기
16년 동안 오직 한 환자 곁을 떠나지 않은 60대 간병인이 화제다. 무려 5800일이 넘는 기간 동안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환자 곁을 단 하루도 빠짐없이 지킨 간병인 리청린 씨 덕분에 혼수상태였던 환자가 의식을 되찾은 것이 알려지면서 간병인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다.

 중국 장강일보는 후베이성 우한시 출신의 60대 간병인 리 씨를 집중 조명하면서 한때는 이발소 직원이었던 그가 우연히 대도시에서 간병인 일을 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주변인들의 소개로 지금의 환자 청 씨(68세)를 만났다면서 두 사람의 긴 사연을 소개했다.

16년 전 처음 대도시로 이주했던 리 씨가 가진 것은 오직 솜이불 한 채 뿐이었다. 이 당시에도 이미 혼수상태로 줄곧 병실 생활을 했던 청 씨는 24시간 한 시도 그 곁을 떠날 수 없는 고된 간병업무 탓에 무려 6명의 간병인들이 잇따라 일을 그만두면서 홀로 남겨진 상태였다. 

도시에 이주한 이후 오고 갈 곳 없던 리 씨와 간병인들이 모두 떠난 뒤 홀로 남겨졌던 청 씨가 처음 조우한 것은 지난 2006년 무렵이다.

확대보기
리 씨가 청 씨를 처음 만난 당일 밤 환자 그의 건강 상태는 매우 불안정했다. 매일 밤 기침 가래로 호흡이 불안정했던 그를 위해 간병인 리 씨는 2~3시간 간격으로 쪽잠을 자며 환자 호흡기 속 가래를 뽑아내곤 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리 씨는 매일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청 씨를 위해 밥을 짓고, 두 시간 마다 그의 몸을 앞뒤로 뒤집어 주는 일을 반복해오고 있다.

또, 오후에는 청 씨를 휠체어에 태운 뒤 병실 뒷산에 올라 노래와 춤을 추는 등 두 사람은 24시간, 365일을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동거동락하는 사이가 됐다.

이 뿐만이 아니다. 평소 목에 연결한 파이프에 주사기로 죽을 넣어 연명하는 청 씨를 위해 리 씨는 직접 주사기를 개조, 낮은 기압 상태에서 더 많은 양의 죽을 흡입할 수 있도록 설계한 주사기를 직접 활용해 오고 있다.

리 씨가 그를 위해 고안해 만든 주사기를 사용하면서 청 씨는 이전보다 더 많은 양의 음식물을 섭취할 수 있게 됐다.

확대보기
또, 병실 벽 한 모퉁이에 리 씨가 직접 마련한 마사지 도구로 매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씩 청 씨를 위한 마사지를 해오고 있다. 과거 이발소 보조 직원으로 근무했던 경험을 십분 활용해 따뜻하게 데운 수건으로 머리 찜질을 한 뒤 마사지를 할 때마다 청 씨는 입꼬리를 올려가며 기분 좋은 소리를 낸다고 리 씨는 설명했다.

24시간, 365일 연중무휴로 청 씨의 곁은 지키는 리 씨가 이렇게 근무하고 받는 일급은 단돈 160위안 남짓이다. 얼마 전까지 150위안이었던 일급은 올해가 되면서 160위안으로 10위안 올려받게 됐다고 리 씨는 설명했다.

그는 “최근에는 청 씨 곁을 지키는 간병 서비스에 대한 소문이 나면서 다른 병실에서 고액의 스카우트 제의가 왔지만 거절했다”면서 “높은 봉급을 준다는 제안에 사실 조금 흔들렸지만, 16년 동안 이미 단짝이 된 그의 곁은 떠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고 했다.

평소 중국의 전통 악기인 얼후(二胡) 연주를 즐기는 리 씨는 휠체어에 청 씨를 태운 뒤 뒷산에 올라 그를 위한 1인 연주회를 열곤 한다.

지난 16년 동안 청 씨를 위해 그가 연주한 곡은 무려 2000여 곡에 달한다.

확대보기
하지만 리 씨가 청 씨 간병에 집중하는 동안 리 씨의 아내 려 씨는 그가 가족들을 위해 매달 단돈 100위안 남짓한 적은 금액만 송금해오고 있다는 점에 불만이 많다.

더욱이 매년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야 하는 춘제 연휴에도 단 하루만 고향에서 시간을 보낸 뒤 곧장 청 씨 간병을 위해 병실로 향한 것이 못내 서운했기 때문이다.

리 씨의 아내 려 씨는 “남편도 올해 나이가 벌써 66세가 됐다”면서 “키는 1미터 75센티미터 이지만, 체중은 50kg 미만의 저체중이다. 청 씨를 간병하는 지난 16년 동안 남편은 매년 더 체중이 감소했고, 가끔 만날 땐 얼굴이 수척해진 것을 보면 마음이 안 좋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남편에게 청 씨는 단순한 간병인과 환자 사이가 아니라 단짝 친구같은 관계가 됐다는 것을 가족들도 이미 잘 알고 있다”면서 “남편의 건강을 걱정해서 그가 하루 빨리 퇴직하기를 바라고 있지만, 한 편으로는 두 사람 모두 건강하게 친구처럼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이 감사하게 여겨진다”고 했다.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

추천! 인기기사
  • 딸에게 몹쓸짓으로 임신까지...인면수심 남성들에 징역 20년
  • 지옥문 열렸나…이란 미사일에 불바다 된 이스라엘 하늘
  • 기적이 일어났다…엄마가 생매장한 신생아, 6시간 만에 구조돼
  • “남편에게 성적 매력 어필해야”…‘12세 소녀-63세 남성’
  • 우크라 드론에 완전히 뚫린 러시아 본토… “자체 생산 드론,
  • 러시아, 발트해 앞마당도 뚫렸다…우크라의 러 함정 타격 성공
  • 마라톤 대회서 상의 탈의하고 달린 女선수에 ‘극찬’ 쏟아진
  • 1살 아기 성폭행한 현직 경찰, ‘비겁한 변명’ 들어보니
  • 이란의 ‘놀라운’ 미사일 수준…“절반은 국경도 못 넘었다”
  • ‘남성들과 선정적 댄스’ 영상 유출, 왕관 빼앗긴 미인대회
  • 나우뉴스 CI
    • 광화문 사옥: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124 (태평로1가 25) , 강남 사옥: 서울시 서초구 양재대로2길 22-16 (우면동 782)
      등록번호 : 서울 아01181  |  등록(발행)일자 : 2010.03.23  |  발행인 : 곽태헌 · 편집인 : 김성수
    • Copyright ⓒ 서울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 Tel (02)2000-9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