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북부 쉐프샤우엔주 이그란 마을에 살던 라얀(5)은 지난 1일, 아버지가 보수 작업을 하던 우물 옆에서 놀다 우물 아래로 떨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라얀은 32m 지점에 갇혔고, 구조대가 즉시 구조작업을 시작했지만 쉽지 않았다. 라얀이 빠진 우물의 입구 직경이 매우 좁은데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더욱 좁아지는 구조 탓이었다.
굴착기 등 중장비가 동원됐고, 구조대는 라얀의 상대를 살피며 산소와 물, 음식 등을 받줄에 매달아 내려보냈다. 구조 현장에는 라얀을 도우려는 수천 명이 몰렸는데, 그중 한 명이 사라위라는 이름의 남성이었다.
사라위는 라얀이 우물에 빠졌다는 소식을 들은 뒤 아이를 꺼내고자 맨손으로 땅을 파기 시작했다. 당시 구조대가 현장에 있긴 했지만, 라얀을 조금이라도 빨리 우물 밖으로 꺼내는데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구조 현장에 있던 일부 시민들은 밤낮없이 땅을 파는 사라위의 모습을 직접 확인하고 이를 SNS에 공개하기도 했다. 한 SNS 사용자는 “이 남성이 3일 동안 라얀을 구하기 위해 맨손으로 땅을 팠던 자원봉사자 중 한 명이다. 진정한 영웅”이라고 극찬했다.
또 다른 SNS 사용자는 사라위의 사진과 함께 “이 남성은 라얀을 우물 밖으로 꺼내기 위해 쉬지 않고 땅을 팠다. 큰 존경을 표한다”고 적었다. 공개된 사진은 푸른색 티셔츠를 입은 사라위가 온몸이 흙투성이가 된 채 물을 마시는 모습을 담고 있다.
현장에서 사라위를 목격했다는 한 시민은 “하느님께서 이 사람에게 상을 주시고 낙원에 들어갈 수 있게 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라위를 포함한 수많은 현지인, 그리고 모로코 안팎에서 쏟아진 응원에도 불구하고 라얀은 끝내 목숨을 잃었다. 사고 나흘째인 지난 5일, 구조대가 라얀이 있는 곳까지 닿는데 성공했지만 이미 숨진 뒤였다.
모하메드 6세 모로코 국왕은 이날 라얀이 끝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며 라얀의 부모에게 애도를 표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에는 라얀의 초상화와 함께 명복을 비는 메시지들이 끊임없이 퍼져나가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라얀의 가족과 모로코 국민에게 우리가 고통을 나누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고 전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