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유아시아방송은 최근 중국 국무원의 자금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계획출산협회’가 공개한 올해의 출산 캠페인 계획서를 지목해 미혼 여성의 낙태 시술 수 정부의 공식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조항이 여성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11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에 중국계획출산협회가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한 ‘2022출산캠페인’의 12개 항목 중 상당수가 중국의 낮은 출생문제와 인구 감소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계획됐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최근 펑파이가 집계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 산부인과에서 시술된 낙태 시술 건수는 약 950만 건 수준이다. 같은 기간 낙태 시술을 받은 여성 중 25세 미만의 비율은 약 47.5%에 달했다.
이와 관련, 협회가 장려한 미혼 여성의 낙태 금지 및 낙태 시술 시 관할 정부 기관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조항이 여성의 원치 않는 임신과 낙태 권리를 침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가장 큰 논란이 된 항목은 협회가 공개한 12가지 세부 계획 중 9번째 규정인 ‘생식 건강 서비스의 확고한 추진’ 부분의 ‘미혼자 집단의 인공유산에 관여하는 특별 행동을 전개해 청소년의 예상 못 한 임신 및 인공 유산을 줄이고, 생식 건강 수준을 개선할 것’이라고 내용이다.
일각에서는 이 규정이 사실상 중국 정부가 젊은 미혼 여성에 대한 낙태 시술을 제약하기 위한 밑자락을 깐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내놓았다.
내용이 공개 직후 중국의 대표적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웨이보에는 여성의 인권을 침해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다수 제기되는 등 현지 누리꾼들 사이에서 공론화된 분위기다.
한 중국인 누리꾼은 “이것은 내가 올해 본 것들 중 최고이 공상 과학 소설이다”면서 “가족 계획이라는 말은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에게 좋게 들리지만, 사실상 그 주요 내용은 여성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여성을 단순한 생식기계로 바라본 것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전근대적 사고다”고 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저출산 문제를 온전한 부부가 있는 한 가정 내에서 해결하지 못한 중국 정부가 이제는 미혼 여성의 낙태 시술권을 침해하면서 미혼 여성에게 출산을 미루고,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면서 “미혼 여성에게 출산을 강요하는 것으로는 저출산 문제와 인구 감소 문제를 온전히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그들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중국전매대학 중타오 언론학 박사는 “중국 정부의 터무니 없는 가족 계획은 예기치 못한 사건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다”면서 “실제로 이번 조치로 인해 미혼 여성의 낙태 불가 규정으로 인한 무분별한 출산은 곧 다수의 한부모 가정을 양산하는 등 또 다른 사회 문제를 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8년 동안 매년 결혼과 출산율이 모두 감소하면서 중국 정부가 더 이상 고령의 산모에게 출산 증가를 기대하지 않은 채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출산 부양책을 실시하려는 모양이다”면서 “하지만 한부모 가장과 미성년자의 조기 출산 문제는 미래의 가족 계획의 우선 순위가 돼서는 안 된다. 여성을 임신과 출산의 기계로 대해서는 해결되지 않을 문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