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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조국이 버린 아들들”…우크라 체류 중국인들 ‘자력 탈출’ 방침에 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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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 지하 벙커로 피신한 중국인 유학생들./출처=트위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직후 폭등한 항공권 가격 탓에 사실상 탈출을 포기하는 중국인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7천 위안(약 130만 원) 수준이었던 편도 항공권 가격은 전쟁 발발 직후 1만 7999위안(약 347만 원)으로 폭등한 상태다.

우크라이나에서 루마니아 난민수용소로 자력으로 탈출한 중국인 유학생 팡 모 씨는 최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중국으로 귀국하기 위해 자비로 항공권을 구매해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다”면서 “자산의 대부분이 우크라이나에 있고, 우크라이나 카드 사용이 제한된 상태에서 일부 중국인들은 탈출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 매체는 자력으로 우크라이나를 탈출해 현재 루마니아의 한 도시 난민수용소에 체류 중인 팡 모 씨를 통해 평소 7천 위안이면 구매할 수 있는 항공권 가격이 전쟁으로 인해 1만 7999위안으로 크게 오른 상태라고 지적했다.

팡 씨는 “탈출 중인 4인 가족 모두 항공권을 자비로 구매할 경우 그 비용만 무려 10만 위안에 달한다”면서 “우크라이나에 재산이 모두 묶인 이들 중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은행카드 사용이 정지된 탓에 이만한 돈이 없다. 탈출 중 모든 음식물과 먹거리도 난민 수용소에 의지해야 할 어려운 처지다”고 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루마니아 주재 중국대사관에 문의해 항의했으나, 중국 외교부는 항공권 가격은 항공사의 결정에 따른 방침이며 중국 당국이 관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설명만 반복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중국의 ‘자력 탈출’ 방침으로 사실상 탈출을 포기한 채 우크라이나에 남거나 인근 국가 난민수용소에 피신 중인 중국인들의 불만은 비단 팡 씨만의 사례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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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 지하 벙커로 피신한 중국인 유학생들./출처=트위터
팡 씨에 따르면 현재 벨라루스와 러시아 인근의 우크라이나 북부 지방의 수미 주(Sumy Oblast)에 총 138명의 중국인 유학생들이 지하 방공소에 긴급 피신해 있는 상황이다.

그는 “138명의 유학생들을 돕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싶다”면서 “그들 역시 중국인이다. 중국 정부는 한때 유학생들이 무장 단체 공격을 받고 사망했다는 소식을 차단했고, 관영매체들은 줄곧 중국 유학생 누구도 사망하지 않았다고 거짓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이번 전쟁의 발발을 미리 예측했다는 내용의 외신 보도를 들었다”면서 “왜 우리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체류 중인 중국인들에게 조기에 철수하도록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지 몹시 실망스럽다. 우리들은 조국에게 버려진 아들들일 뿐이냐”고 했다.

상황이 악화되면서 우크라이나 현지에 남은 일부 중국인 유학생들 사이에는 ‘조국에게 버려진 아들들’이라는 자조의 목소리도 제기된 분위기다.

6일 현재 우크라이나 남부의 흑해안 항구 도시인 오데사에서 피신 중이라고 자신을 밝힌 베이징 출신의 중국인 왕 모 씨는 사실상 탈출을 포기한 상태다.

왕 씨는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중국에 도움을 청하는 영상을 다수 게재했지만 모두 삭제됐다”면서 “이유를 특정할 수는 없지만 우크라이나에 갇혀 사실상 탈출이 불가능해진 우리들의 목소리를 담은 영상과 글을 중국 sns에서 모두 사라진 상황이다. 우리들은 현재 얼마나 더 여기에서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는지 예측이 불가능한 상태다”고 했다.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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