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귀화해 우크라이나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그는 어린시절과 최근 러시아의 공격으로 고통을 겪은 아픈 과거를 갖고있다. 안젤라가 처음 전쟁의 공포를 느낀 것은 지난 1994년. 러시아 남쪽에 위치한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 출신인 안젤라는 6살 때 복면을 쓰고 집으로 쳐들어온 20여 명의 군인들과 마주했다. 이들은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분리주의자들로 집으로 들어와 폭력을 휘두르고 금품을 강탈했다. 안젤라는 "당시 여동생과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이들이 총부리를 겨누고 부모님을 구타하고 음식, 보석, 심지어 카펫까지 훔쳐갔다"며 회상했다.
옛 소련권 국가였던 조지아는 우크라이나와 마찬가지로 러시아와의 아픈 갈등을 겪었다. 특히 지난 2008년 러시아는 조지아군이 분리 독립하려는 남오세티야 자치공화국을 공격하자 곧바로 조지아를 침공했다. 당시 조지아는 제대로 저항도 못해보고 나흘 만에 항복했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가 터지자 조지아는 자신들이 다음 타깃이 될 것을 우려해 지난달 유럽연합(EU) 가입 신청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당시 죽을 뻔한 위기를 겪은 가족들은 짐을 모두 챙겨 이웃한 우크라이나로 떠났고 지금까지 차플린카 지역에 정착해 살았다. 그러나 러시아와의 악연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 2월 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아픈 역사가 반복된 것. 특히 안젤라가 7살 딸과 머물던 차플린카 지역은 7주 간이나 러시아의 점령 하에 있었다. 다행히 안젤라 가족은 최근에 보다 안전한 남쪽 도시인 오데사로 몸을 피한 상태다.
안젤라는 "음식을 사러갈 때 마다 러시아 군인들이 검문을 하며 먹을 것을 빼앗았다"면서 "점점 음식을 구하는게 어려워지고 러시아군이 쏜 총에 맞을까 두려워 결국 피란을 떠났다"고 털어놨다. 이어 "우리는 러시아인을 원하지 않는다. 그들의 깃발아래 살고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