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시간주에서 20대 흑인 남성이 백인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전 세계적으로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촉발한 2020년 5월 조지 플루이드 사건을 연상케 한다는 점에서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AP통신 등 해외 언론의 19일 보도에 따르면, 현지시간으로 지난 4일 오전, 미시간주 서부 그랜드래피즈의 한 백인 경찰은 마을 도로를 지나던 흑인 남성 패트릭 료야(26)의 차를 멈춰 세웠다.
백인 경찰은 차량 번호판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료야에게 다가갔고, 그에게 차 안에 머물라고 말했다. 경찰은 “차 안에 머물라는 지시에도 그가 차량 밖으로 나왔고, 운전면허증을 요구하는 경찰에게 협조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료야는 결국 경찰과 승강이를 벌이다 달아나기 시작했고, 경찰은 테이저건을 쐈지만 총은 빗나갔다. 경찰은 “숨진 남성(로야)는 자신을 향해 있는 테이저건을 쥔 채 경찰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지만, 결국 경찰에 제압당했다”고 전했다.
이후 백인 경찰은 그를 엎드리게 한 뒤 위에서 누르며 제압했는데, 문제는 이내 총을 꺼내 그의 뒤통수에서 발사했다는 점이다. 로야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사망했다.
유가족은 19일 기자회견을 통해 자체적으로 의뢰한 로야의 부검 결과를 발표했다. 부검을 맡은 베르너 스피츠 박사는 “고인의 사인은 두개골 뒤쪽에서 관통한 총상이다. 광범위한 출혈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상처 부위에서 발견된 두개골 파편은 경찰이 총을 이용해 고인의 머리를 강하게 압박했다는 것을 짐작케 했다”면서 “뇌 손상 이후 몇 초 만에 뇌 전체가 부어올랐고 곧장 사망으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또 “숨진 로야가 경찰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는 경찰 측 주장에 반해, 그의 몸에서는 몸싸움을 입증할만한 부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9일 후인 지난 13일 관련 동영상을 공개했지만, 이미 제압된 그의 뒤통수에 총을 겨누고 끝내 방아쇠를 당긴 백인 경찰의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이에 유가족은 반발하고 나섰다. 숨진 남성의 부모는 “료야는 결코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좋은 아이였다. 가족들은 누가 그를 죽였는지 알기를 원한다”면서 해당 경찰의 해고와 함께 형사처벌을 요구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숨진 로야는 씨는 2014년 아프리카 콩고에서 벌어진 정부군과 반군간 내전에 따른 학살을 피해 부모, 5명의 형제·자매와 함께 미국에 온 난민이었다. 현지의 자동차 정비공장에서 일하며 자녀 두 명을 둔 가장이기도 했다.
현지에서는 사건 발생 후 백인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흑인이 사망하는 일이 또다시 발생한 것을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동영상이 공개된 이후에는 분노가 다시 고조되면서 시위대 수백 명이 미시간에서 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현지 검찰은 현재 경찰의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