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식의 천문학+

[이광식의 천문학+] 임종을 앞둔 천문학자가 마지막 남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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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에 관한 동서고금의 명시들이 다섯 수레를 넘칠 만큼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시를 꼽는다면, 영국의 사라 윌리엄스가 쓴 '한 늙은 천문학자가 그의 제자에게(The Old Astronomer to His Pupil)'가 아닐까 싶다.

물론 우리나라 시 중에도 주옥 같은 '별' 관련 시들이 수두룩하다. 가장 먼저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이 떠오르고, 이어서 널리 회자되는 시구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로 유명한 '김광섭의 '저녁에'는 어디에 내놔도 빛나는 절창이 아닐 수 없다. 

어쨌든 글로벌한 차원에서 사라의 '늙은 천문학자'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은 나머지 많은 사람들의 자신의 묘비명으로 이 시의 한 구절을 선택하기도 했다. 

미국의 두 여성 별지기는 평생 절친으로 같이 별을 보다가 죽어서도 나란히 묻혔는데, 그들의 무덤 가운데 세워진 묘비에도 이 시구- '우리는 별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밤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가 새겨져 있다. 

별에 대한 한없는 사랑과 깊은 통찰이 담긴 이 시구는 별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바가 있다. 별을 애틋하게 사랑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결코 이런 시구를 생산해낼 수가 없으리라. 

이 시를 쓴 사라 윌리엄스는 19세기 영국의 시인이자 소설가로, 특히 '늙은 천문학자'라는 시로 유명하다. 1837년 12월 런던 메릴본에서 웨일스 출신의 아버지 로버트 윌리엄스와 앵글랜드인 어머니 루이자 웨어 사이에서 태어난 그녀는 웨일스 혈통의 절반밖에 없었고 런던을 떠나서 산 적이 없었지만, 시에 웨일스 어구와 주제를 즐겨 다루어, 웨일스 시인으로 간주되었다. 

1868년 1월 이미 암 투병을 하고 있던 사라는 함께 문학을 나누었던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더욱 상태가 악화되었다. 친구와 어머니에게 암을 숨긴 지 3개월이 더 지난 후 비로소 수술에 동의한 그녀는 그해 4월 25일 수술 중 런던의 켄티시 타운에서 사망했다. 향년 31세. 

그녀의 두 번째 시집인 '황혼 무렵(Twilight Hours: A Legacy of Verse)'는 1868년 후반에 출판되었다. 컬렉션에는 '어느 늙은 천문학자'가 포함되어 있다(1936년 미국 재판에서 제목이 ''한 늙은 천문학자가 그의 제자에게'로 알려짐). 이것이 그녀의 시 중 가장 유명하다. 

이 시는 임종을 앞둔 나이 든 천문학자가 그의 제자에게 우주와 만물의 법칙에 관한 자신의 연구를 이어받아 계속 노력하라는 당부를 담은 내용이다. 시에서 네 번째 연의 후반부는 널리 인용되는 시구이다.​



 

'내 영혼이 비록 어둠 속에 잠길지라도 완전한 빛 가운데서 떠오르리라.

 나는 별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밤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Though my soul may set in darkness, it will rise in perfect light; 

I have loved the stars too truly to be fearful of the night.)

 

이 시구는 수많은 전문가는 물론 아마추어 천문학자들에 의해 그들의 비문으로 선택되었다. 중간 부분을 생략한 시를 아래에 소개한다.​

 

한 늙은 천문학자가 그의 제자에게

 나의 튀코 브라헤에게 나를 데려다주게 

튀코를 만나면 나는 그인 줄 알게 될 거야 

그의 발 앞에 앉아 겸손하게 내가 이룬 과학을 들려줄 때; 

그는 만물의 법칙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때부터 지금까지 

우리가 그것을 완성하기 위해 어떻게 하고 있었는지 모를 거야

부디 기억해주게, 내 모든 이론을 그대에게 완전히 남겨주었다는 것을 

그대가 어떤 부분만 메꾸어준다면 완성될 거야 

그리고 사람들이 비웃을 거라는 걸 기억하게, 분명 그럴 거야 

그리고 새로움에 대한 악평이 그대에게 퍼부어질 거야 

하지만 나의 제자여, 그대는 내 제자로서 경멸의 가치를 배웠노라 

그대는 나와 함께 연민으로 웃었고 우리의 고독을 기꺼워했었지 

사람들의 인정과 미소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저들의 저속한 웃음과 숭배가 우리에게 무슨 가치가 있을까 

저 독일 대학에게 명예가 너무 늦게 온다고 해도 

그러나 그들은 노학자의 운명에 너무 자책해서는 안된다 

내 영혼이 비록 어둠 속에 잠길지라도 완전한 빛 가운데서 떠오르리라 

나는 별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밤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중략)

제자여, 이젠 작별해야겠다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구나 

금성이 보이도록 커튼을 젖혀라, 내 눈이 더 어두워지기 전에 

진줏빛 행성이 불타는 화성처럼 붉게 보이는 게 이상하구나 

신이 자비롭게 내가 가는 길을 별들 사이로 인도하시리라.

                                       (사라 윌리엄스 지음)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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