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봉쇄가 이어지는 상하이에서 대규모 집단 탈출 시도가 포착됐다.
로이터 통신, 미국 뉴욕포스트 등 해외 언론의 8일 보도에 따르면, 상하이에 있는 애플 협력사 ‘콴타’ 직원들은 지난 5일 밤 수십 명의 방역 요원들과 전면 충돌했다. 직원들이 외부로 나가지 못하도록 감시하고 있던 요원들 사이로 직원들이 뛰쳐나간 것이다.
사건이 발생한 콴타 제조기지는 축구장 20개 넓이의 부지에 들어선 공장과 4만여 명이 항시 거주하는 기숙사가 합쳐진 대규모 생산기지다. 기숙사의 일부 방은 12명이 한 공간에 지낼 정도로 밀집도가 높고, 단지 내에는 공동 식당과 슈퍼마켓이 들어서 있다.
콴타 상하이 공장은 지난달 18일부터 당국의 방역 정책에 따라 폐쇄루프 방식으로 가동됐다. 이에 따라 2000명가량이 외부와의 접촉을 완전차단한 채 단지 내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공장 가동에 투입됐다.
하지만 폐쇄루프 시스템을 가동한 후에도 단지 내 확진자 발생은 끊이지 않았다. 확진자들은 격리시설로 이동됐고, 결국 사측은 직원들에게 기숙사로도 돌아가지 말고 대기하라고 명령했다.
이후 직원 사이에서는 기숙사도 아닌 공장에 갇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고, 일부 직원들이 단지 밖으로 나가기 위해 출구를 향해 내달리면서 소동이 시작됐다.
흰색 옷을 입은 방역 요원들을 지나 직원 수백 명이 한 곳을 향해 달려나갔고, 이 장면을 담은 영상은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했다.
뉴욕포스트는 “콴타의 폐쇄루프 방식에 반대한 직원들이 밤사이 집단 탈출을 감행했다. 수백 명의 직원이 고함을 지르며 회사가 설치한 바리케이트를 뛰어넘었다”면서 “탈출을 막으려는 회사 경비원과 싸우는 직원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직원들이 갑자기 탈출을 감행한 데에는 갑작스럽게 달라진 회사의 격리조치가 있을 것”이라면서 “폐쇄루프 시스템이 가동된 당초에는 퇴근 후 기숙사 복귀가 가능했지만, 확진자가 계속 나오자 사측은 기숙사 복귀까지 금지했다. 이후 직원들은 회사에 계속 남아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탈출을 시도한 직원들이 다시 공장으로 돌아갔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중국 현지 포털사이트와 웨이보 등 SNS에서도 해당 소식이나 관련 영상은 검색되지 않고 있다.
엄격한 통제에 불만 쏟아져도, 시진핑 "제로 코로나 더욱 강력히 유지" 로이터 통신은 이번 충돌이 상하이 봉쇄 정책의 단면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현재 중국 당국은 지난 3월 말부터 한 달 넘게 상하이 봉쇄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강력한 봉쇄가 이어지는데도 상하이의 일일 신규 코로나19 감염자가 4000명에 육박한다는 사실이다.
느린 속도로 감소하는 추세지만, 중국 당국이 목표로 삼은 ‘사회면 코로나 제로’ 목표 달성도 쉽지 않아 보인다. 사회면 코로나 제로는 봉쇄구역 내에서만 확진자가 발생하고, 격리구역 바깥을 의미하는 ‘사회면’에서는 확진자 발생을 억제하는 정책이다.
이에 따라 상하이 각 지역 정부의 주민 통제도 더욱 엄격해졌다. 상하이 내 대부분 지역에는 오는 15일까지 ‘이동 금지’ 명령이 떨어졌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주거단지 밖 외출이 전면 금지됐다.
지역 사회에서는 불안감과 불만이 폭발하고 있지만, 올해 10월 당 대회를 통해 3연임을 확정할 예정인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더욱 강력하게 유지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