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미시오네스주(州) 살토엔칸토에서 최근 벌어진 사건이다.
주민들은 목줄을 매고 자동차에 끌려가는 개를 보게 됐다. 목줄이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뒤에 묶인 개는 언제 넘어져 끌려갈지 모를 위태한 상황이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주민들은 손을 흔들고 고함을 치며 개를 끌고 가던 자동차를 멈춰 세웠다.
차에서 내린 견주는 70대 남자였다. 남자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무슨 일이냐"고 물으면서 차에서 내렸다. 한 여자주민은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자동차에 묶여 있던 개의 목줄을 풀었다.
이때부터 견주와 주민들 사이에선 말싸움이 벌어졌다. 주민들이 "왜 개를 이런 식으로 끌고 가느냐"고 항의하자 남자는 "남의 일에 왜 참견이냐"고 맞받았다.
남자는 "빨리 개를 돌려달라. 시간이 없다"고 재촉했지만 주민들은 개를 내주지 않았다. 특히 개의 목줄을 풀어준 여자주민이 앞장서 개를 보호했다. 여자는 "데려가긴 어딜 데려가요. 못 데려가요"라면서 견주에 맞섰다.
견주는 "당신들 이러다 감옥 간다. 어서 개를 주고 사라지라"고 했지만 여자는 "개가 싫으면 제게 주세요. 제가 입양해서 키울게요"고 끝까지 저항했다.
주변에 있던 주민들도 "감옥에 가긴 누가 감옥에 가요. 아저씨가 감옥에 가요"라고 거들었다. 이때 견주가 총기를 갖고 있던 사실이 확인됐다. 주민 중 한 사람이 자동차 뒷좌석에 공기총이 놓여 있는 걸 보고 "이 아저씨 총까지 갖고 있다. 개를 죽이러 가는 게 틀림없다"고 소리친 것.
상황이 불리하게 전개되자 남자는 황급히 자동차에 올라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제야 주민들은 경찰을 불렀다. 주민들은 한 이웃이 상황 처음부터 촬영한 영상을 증거로 제출하고 남자를 고발했다.
경찰은 자동차번호로 문제의 남자를 특정했다. 동물학대 혐의로 남자를 체포하기 위해 경찰은 남자의 주소지로 출동했지만 남자는 이미 종적을 감춘 후였다. 수사를 확대한 경찰은 인근 마을에서 피신 중이던 남자를 붙잡았다.
경찰은 "도주한 것으로 보아 남자가 자신의 동물학대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면서 법에 따라 남자를 기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동물보호법에 따라 남자에겐 징역 1년이 선고될 수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한편 구조된 개는 경찰서가 보호하고 있다. 경찰은 개를 동물병원으로 데려가 검진을 받게 한 후 임시로 개를 돌보고 있다.
임석훈 남미 통신원 juanlimmx@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