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논쟁이 일고 있는 사건은 최근 멕시코주(州) 에카테페크에서 벌어졌다.
당시의 상황을 고스란히 포착한 CCTV를 보면 오후시간 다정하게 손을 잡고 길을 걷는 연인이 보인다. 연인들로부터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선 한 주민이 대문을 잠그고 있다.
오토바이를 타고 어디선가 불쑥 나타나 평온을 깬 건 안전헬멧을 쓴 2인조 강도였다.
오토바이는 사냥감을 노리는 맹수처럼 정확히 길을 걷고 있는 연인 곁에 멈추더니 뒷좌석에 앉아 있던 공범이 서둘러 내렸다. 순간 범죄의 표적이 된 걸 깨달은 남자는 여자친구의 손을 내팽개치더니 전력 질주하기 시작한다. 여자친구를 버려두고 혼자만 살겠다고(?) 몸을 피한 것.
오토바이에서 내린 강도가 그런 남자의 엉덩이를 걷어찼지만 남자는 쓰러지지 않고 위기를 모면하는 데 성공했다.
졸지에 버림(?)을 당한 여자는 황당하다는 듯 걸음을 멈추고 제자리에 서 있다가 강도에게 핸드폰을 빼앗겼다. 강도들은 순식간에 다시 오토바이를 타고 사라졌다. 범행이 완료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0초 정도였다. 대문을 잠그던 주민은 넋이 나간 듯 그저 상황을 지켜볼 뿐이었다.
논란은 CCTV 영상을 누군가 소셜 미디어에 공유하면서 점화됐다.
여자친구를 내팽개치고 달아난 남자의 처신을 두고 온라인 여론은 양분됐다. 한편으론 "여자친구를 버리고 도망간 비겁한 남자, 당장 저런 남자와는 헤어지는 게 정답"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위험해도 끝까지 여자를 지켜야 했다고 주장하는 네티즌들은 "가뜩이나 납치사건이 성행하는데 여자가 더 큰 봉변이라도 당했으면 어쩔 뻔했는가"라며 여자를 지키지 않은 남자를 질타했다.
한 네티즌은 "중요한 건 내 여자를 지키겠다는 마음의 자세다. 저런 남자라면 빨리 관계를 정리해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론 남자가 현실적이고 이성적으로 대응했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이런 의견을 낸 네티즌들은 "둘이 당하는 것보다는 한 명이 당한 게 훨씬 낫다. 남자가 정확하게 판단하고 피해를 줄인 건 잘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멕시코 통계청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에카테페크는 18살 이상 주민의 94.4%가 "안전에 불안을 느낀다"고 할 정도로 치안이 불안하다.
손영식 남미 통신원 vonis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