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은 지난 27일 중국 구이저우 구이양의 한 고층 아파트 단지에서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이 37층 건물 옥상 외벽에 모습을 드러낸 남성이 창가에 발을 디디고 선 상태로 이웃 주민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시작됐다.
신발을 벗고, 양말만 신은 차림새의 이 남성은 처음엔 건물 외벽에 돌출된 벽돌을 밟고 선 채 무언가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하더니, 곧장 각 층 창문의 돌출된 턱을 하나 둘 씩 타고 아래층으로 하강하기 시작했다.
그의 몸을 전적으로 지탱했던 건물 벽면의 돌출된 벽돌은 그 폭이 20cm 정도에 불과해 남성이 자칫 발을 헛디디거나 바람에 조금만 흔들리더라도 끔찍한 사고를 당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강 초기에는 건물 벽을 향해 기어 내려왔던 그가 다섯 개 층쯤 하강한 뒤부터 마치 하강 기술을 터득했다는 듯, 방향을 바꿔 벽면에 등을 부친 자세로 좀 더 편안하게 건물을 타기 시작했다.
이 자세로 한동안 하강했던 그는 잠시 쉬려는 듯 멈춰 섰고, 이때 그는 자신이 입고 있었던 티셔츠 하단을 얼굴까지 잡아당겨 얼굴에 흐른 땀을 닦는 모습도 보였다. 이 때 그는 벽면 장식물에 잠시 몸을 기댄 채 아래를 내려다보며 여유를 즐기는 듯 보였다.
하지만, 현장에서 그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주민들은 그의 위험천만한 행동에 식은땀을 닦아야 했다. 그가 건물 꼭대기에서 위험천만한 하강을 즐기는 동안 어떠한 안전장치나 줄도 착용하지 않은, 맨몸 그대로의 상태였기 때문이다.
37층에서 벽을 타고 내려오는 이 남성을 목격한 주민들은 곧장 구조대와 파출소에 신고했고,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하기 전까지 남성이 추락하는 것을 대비해 이불과 담요 등을 준비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기이한 행각을 신고받고 현장에 출동했던 구조대는 아파트에 도착한 이후에도 그의 구조에 한동안 시간을 지체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어떠한 안전장치나 줄에도 의지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구조 중 자칫 더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해보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아파트 모든 층마다 구조대원들이 대기해 적당한 때를 지켜보던 중, 3층에 준비 중이었던 소방대원들이 창문 밖으로 손을 뻗어 하강 중인 그를 건물 안으로 잡아 당긴 뒤에야 그의 기이한 행각은 종료됐다.
한편, 현장에 출동했던 구조대는 이 남성이 건강에 큰 이상이 없으며, 구조 후 담소를 나눌 수 있을 만큼 상처 없어 멀쩡했다면서, 인근 파출소로 인계해 정확한 사건 내역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임지연 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