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건은 현재 이란 주요 도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히잡 착용 반대 시위가 발단이다. 지난달 13일 쿠르드족 출신의 여성 마흐사 아미니(22)는 테헤란의 한 지하철역 밖에서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의문사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이란 곳곳에서 히잡 반대 시위가 벌어졌으며 최근 숨진 채 발견된 샤카라미 역시 이 시위에 참가했다.
보도에 따르면 샤카라미는 지난달 20일 오후 5시쯤 집을 나간 이후 2시간 후의 연락을 마지막으로 종적을 감췄다. 이렇게 실종된 샤카라미는 10일이 지나서야 테헤란의 한 병원 영안실에서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됐다. 유가족은 "샤카라미가 행방불명 되기 직전 친구에게 '경찰에 쫓기고 있다'고 말했다"면서 "우리가 신원을 확인하러 갔을 때 몸은 보여주지 않고 얼굴만 몇 초 보여줬다"고 밝혔다.
이에대해 이란 당국은 샤카라미의 시신에서 외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으나 반정부 언론인인 마시 알리네자드는 “샤카라미의 두개골에서 여러 차례 외부 충격을 받은 흔적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현지 관영 통신은 샤카라미가 지난달 21일 테헤란 시내의 민가 뒷마당에서 숨진 채 발견됐으며 CC(폐쇄회로)TV에 인근 건물에 들어가는 모습이 담겼다고 보도했다. 다만 사망 원인은 불분명하고 경찰에 체포된 샤카라미가 구금 중 사망했다는 일부 외신의 보도는 증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또한 현지언론은 이번에 살해 용의자로 체포된 8명은 샤카라미가 들어간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의 노동자들이라고 전했다.
한편 아미니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시위는 지난달 17일부터 이어지고 있으며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 휴먼 라이츠(IHR)는 최소 133명이 시위와 연관돼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했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모든 여성의 히잡 착용을 의무화했다. 히잡을 거부하거나 선택권을 요구하는 여성이 늘었지만, 이란은 더 강력한 제재로 여성 인권을 억압했다. 2019년에는 히잡 단속 등 여성 사건을 전담할 여경 부대를 대규모로 조직해 히잡 단속을 더욱 강화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