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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은 여자아이, 총은 남자아이?…스페인서 이런 광고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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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시즌이 다가오면서 이제 스페인에는 장난감 광고가 넘치게 된다. 완구업계에 크리스마스는 최고의 대목이다. 하지만 올해부터 스페인의 장난감 광고는 크게 달라지게 됐다.

인형을 안고 있는 여자어린이가 등장하는 광고는 아예 볼 수 없게 됐다. 장난감을 갖고 요리를 하는 여자어린이의 모습도 광고에 등장하지 않는다. 장난감 총을 들고 전사처럼 서 있는 남자어린이도 찾아볼 수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2월부터 발효된 새 광고윤리 강령 때문이다. 스페인 정부와 완구업계가 의견을 조율해 개정한 광고윤리 강령은 성차별적 내용을 배제한다는 게 핵심내용이다. 인형이나 소꿉장난은 여자어린이용, 총이나 의사놀이는 남자어린이용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광고는 전면 금지된다.

새 광고윤리 강령에는 성차별적 메시지로 왜곡될 수 있는 주의사항 64개가 담겨 있다.

가사와 육아는 여성의 몫, 미용은 여성의 전유물, 사회생활과 노동은 남자의 몫, 왕성한 신체활동(운동)과 기술은 남자들이 감당해야 한다는 인식을 줄 수 있는 광고는 금지 대상이다.

컬러도 마찬가지다. 파란색은 남자용, 핑크는 여자용이라는 식으로 특정 색을 성별과 연관시켜 장난감을 광고해서는 안 된다.

규제는 특히 0~7살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장난감 광고에 엄격히 적용된다. 광고의 영향으로 잘못된 성차별적 인식을 가질 수 있는 취약연령대로 지정된 때문이다.

관계자는 “이제 막 인격의 틀이 잡혀가는 어린 나이에 광고의 영향력은 지대하다”며 “자신도 모르게 성차별적 인식을 가질 수 있어 만 7살까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장난감의 광고는 특히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장난감 광고에 포괄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것도 새로 마련된 규제 중 하나다. 남녀 성별의 차이가 뚜렷한 스페인어 고유의 특징상 광고문구의 표현에도 성차별적 요소가 들어가 쉽기 때문이다.

광고업계 소식통은 “심신이 건강하고 책임감 있는 성인으로 아이들을 양육하기 위해선 어릴 때부터 성차별적 표현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정부의 말에 광고업계도 공감했다”며 적극적인 협력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새 광고윤리 강령은 주로 어른들을 타깃으로 했던 장난감 광고 문구를 어린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표현으로 눈높이를 조절하고 창의력, 신체 및 지적 발달, 사교성 또는 공감과 같이 장난감이 추구하는 가치도 명시하도록 했다.
 


손영식 남미 통신원 voni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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