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매년 이 시기가 되면 가족과 친지, 지인들끼리 세뱃돈을 주고받으며 새해 인사를 하는데, 중국인들은 이 세뱃돈을 ‘복’(福), ‘길’(吉) 등의 길한 의미를 담은 글자를 적은 붉은색 봉투 ‘홍바오’에 넣어 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주로 덕담과 함께 악귀와 액운을 물리치라는 의미에서 붉은 봉투에 돈을 넣어 전달해오고 있다.
푸젠성에 사는 한 씨 역시 코로나19 사태로 무려 2년 만에 고향을 찾아온 손녀 가족들을 위해 며칠간의 고민 끝에 흥미로운 홍바오 이벤트를 준비했다.
그는 기존의 평범한 홍바오 보다 조금 더 특별한 이벤트를 구상, 붉은색 바탕의 색종이들을 차례로 연결한 뒤 그 위로 중국의 가장 고액 지폐인 100위안(약 1만 8000원)을 줄줄이 올려 마치 커튼을 창밖으로 내리듯 1층에 있던 손녀에게 전달하는 이색적인 이벤트를 실행에 옮겼다.
춘제 당일이었던 지난 22일 고향 집을 찾아 장시간 이동한 손녀와 가족들은 2층에 있던 한 씨가 줄줄이 내린 13m 길이의 홍바오를 받으며 “하늘에서 돈이 내려오는 것 같다”며 연신 박수를 치는 등 흥미로운 반응을 보였다.
한 씨가 손녀에게 전달한 화제의 홍바오는 무려 8800위안(약 161만 원)에 달했고, 이 장면은 한 씨의 가족들이 촬영해 직접 SNS에 공유, 현지 네티즌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다.
하지만 이를 접한 다수의 네티즌들은 한 씨가 고심한 아이디어가 코로나19로 고향을 찾지 못한 다수의 주민들과 경제난으로 홍바오를 준비 못한 서민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했다는 등 비판적인 목소리도 있었다.
일부 네티즌들은 한 씨가 손녀를 위해 준비한 이벤트가 손녀의 경제적 관념이 올바르게 성장하는데 저해하는 장애물이 될 것이라면서 비난했다.
한 네티즌은 “올해 4세에 불과한 손녀가 8800위안이라는 큰 돈을 홍바로오 받았으니 내년에는 분명 이보다 더 큰 돈을 원하게 될 것”이라면서 “다음 해에는 몇 만 위안을 주고, 그 다음해에는 몇 십만 위안을 주다가 결국엔 전 재산을 다 달라고 하게 될지도 모른다. 한 씨 때문에 소액의 선물에 진심을 담아 선물하는 중국의 홍바오 문화의 의미가 변질됐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영상 속 한 씨의 주택이 부호들이 주로 거주하는 호화 주택을 연상시킨다는 점을 가리키며 “이 소녀는 자라서 할아버지에게 자동차와 아파트, 호화 별장, 주식 등 고가의 물건을 홍바오로 요구하게 될 수 있다”면서 “하나 뿐인 손녀가 소중한 것은 알겠으나 귀한 손녀일수록 경제 관념과 관련한 세심한 교육에 더 집중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임지연 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