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샤 데이는 이날 시위에 앞서 자신은 어떠한 정치적 목적을 추구하거나 지향하지 않는다는 점을 우선 알린 뒤, 격양된 목소리로 육식 반대에 대한 목소리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시위를 위해 데이는 애완용 송아지 한 마리와 동행해 광장에 모여 있던 주민들의 눈길을 모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들이 데이의 1인 시위를 저지했으나, 그가 이에 불응하면서 현지 사법부는 13일간의 행정 구류를 선고한 상태다. 러시아 경찰은 데이의 행동에 대해 ‘불법 무단 시위’이자 광장을 무단으로 점거한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벌금 285달러(약 36만 원)도 추가 부과했다. 또, 관할 경찰국은 데이의 시위로 인해 이날 광장에 있었던 보행자들의 이동이 방해를 받았다고 보고 이에 대한 피해 보상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1일 관광비자를 발급받아 러시아에 입국한 데이는 시위에 동행할 애완용 송아지를 현지 온라인 유통 업체를 통해 구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현지 매체 타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동물 보호소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총 7마리의 돼지와 2마리의 송아지를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돼지와 송아지를 키우는 이유에 대해 “누군가 이 동물들을 살육해 육류로 소비하는 것을 막고자 입양해 키우는 것이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데이의 이 같은 독특한 동물 보호 이력은 비단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2019년에도 영국 서부 지역의 한 동물 도살장에서 지시 픽시라는 별칭으로 불렸던 돼지 한 마리를 구조, 런던으로 이송해왔고 이후 줄곧 이 돼지와 함께 거주했던 적이 있다.
당시 데이는 자신이 거주하는 소형 아파트에서 돼지를 사육했는데, 이 사실이 임대인에게 알려져 관할 경찰관들이 출동하는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런던 경찰은 임대인의 아파트에서 무단으로 돼지를 사육하는 것이 재산권 침해 행위를 넘어 동물 학대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RSPCA)에 이 사건을 신고했고, 해당 협회가 지시 픽시로 불린 돼지를 인수하면서 사건은 종결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그는 사설탐정을 고용해 지시 픽시의 거처를 수소문했고, 소셜미디어에 자신의 돼지 행방을 찾는다는 내용의 호소문을 대대적으로 배포해 논란은 한동안 진정되지 않았다. 당시 그는 협회에 인수된 돼지 지시 픽시와 관련해 “내가 죽는 날까지 이 일은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성 메시지를 남겨 위협하기도 했다.
임지연 통신원 cci200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