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부가 임명한 올렉산드르 프로쿠틴 헤르손 주지사는 11일(현지시간) 자국 TV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이 우리 구조활동을 방해하고 있다. 오늘 테러리스트들은 침수된 (동쪽) 강둑에서 주민 24명을 구하던 보트 3척에 포격을 가했다”며 “주민 3명이 그자리에서 숨지고 구조에 나선 경찰관 2명을 포함해 23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프로쿠틴 주지사는 “당시 보트들에는 대부분 거동이 불편한 주민과 노인들이 타고 있었다. 러시아군은 이들 뒤에서 포를 쐈다”며 “사망자 중에는 러시아 포격으로부터 여성들을 지키려고 자신의 몸을 던진 74세 남성도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날 러시아가 점령 중인 드니프로강 동쪽 지역에서 주민 21명을 포함해 지금까지 112명을 우크라이나 쪽으로 대피시켰다. 그중 54명은 여성, 7명은 어린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 경찰의 텔레그램에는 우크라이나 구조대원들이 무릎까지 차오른 물속에 서서 보트에 탄 피난민들을 안아 들고 안전한 육지까지 옮기는 모습이 담기기도 했다.
지난 6일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헤르손주의 카호우카댐이 원인불명 폭발로 붕괴되면서 드니프로강 일대 600㎢가 물에 잠겼다. 이는 서울 면적(605.2㎢)에 육박하는 규모로 가옥 1만 4000채 이상이 침수된 것으로 추정된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측 모두 댐 붕괴는 테러 행위라고 규탄하면서도 상대방 소행으로 규정했다.
동시에 자국이 해당 현장에서 구조에 적극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댐 붕괴 뒤 우크라이나 측은 침수지역에서 주민 4000명, 러시아 측은 7000명을 각각 구조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검문소를 설치하고 러시아 국민으로 전환한 사람들만 통과시킴으로써 주민들의 대피를 방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날 밤 영상 연설을 통해 “러시아가 댐을 폭발시키더니 이제는 홍수 피해 지역의 사람들을 버리고 그들을 운명에 맡겼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러시아군이 의도적으로 주민들을 침수 마을로 몰아넣은 뒤, 대피를 시도하는 보트에 포격을 가했다”며 “짐승조차도 러시아보다는 윤리적”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카호우카 댐 붕괴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ICC) 조사가 이미 시작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