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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현장서 유기견 25마리 구조한 의인 알고보니 외국인 노숙자 [여기는 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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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화재가 난 건물에서 유기견들을 구하고 있는 남자. 그리고 현지 언론과 만나 인터뷰 중인 남자
폭발위험이 있는 화재 현장에 뛰어들어 유기견들을 구조한 의인은 외국인 노숙자였다. 페루 언론이 다리 밑에서 만난 그는 “말을 못하는 동물이지만 소중한 생명이 아닌가. 그대로 불에 타 죽게 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최근 벌어진 일이다. 리마 중심부에 있는 한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차 11대가 출동할 정도로 큰 불이었다. 건물에 입주해 있던 주민들은 모두 안전하게 대피했지만 문제는 건물 4층에 갇힌 유기견들이었다. 4층에는 유기견들을 구조해 입양될 때까지 돌보는 보호센터가 입주해 있었다.

통가스를 쓰는 곳이 많아 폭발위험이 커 소방관들도 접근하지 못하고 발만 구르고 있을 때 한 남자가 후다닥 건물 4층으로 벽을 타고 올랐다. 남자는 유리창을 깨고 유기견들을 차례로 구조하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길에서 담요를 펼쳐 들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혹시라도 남자가 떨어질까 대비한 것이지만 남자는 구조한 유기견들을 그곳으로 던졌다.

남자는 건물 옥상까지 올라 유독가스를 피해 옥상으로 대피한 유기견들을 끝까지 구조했다. 아찔한 상황에서 남자가 구조한 유기견은 25마리. 보호센터 관계자는 “우리가 돌보던 유기견을 1마리도 남김없이 남자가 모두 구했다”고 말했다.

남자는 과연 누구였을까. 소셜 미디어에 공유된 영상과 사진으로 영웅의 활약상이 화제가 되자 현지 언론은 남자를 찾아 나섰다. 알고 보니 남자는 리마의 한 다리 밑에서 노숙하고 있는 콜롬비아 남자였다. 남자는 유기견을 구하다 개들에게 물려 손에 상처까지 나 있었지만 돈이 없어 병원에도 가지 못하고 있었다.

남자는 “길을 가다 우연히 화재를 목격했고 개들이 탈출하지 못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개들을 그냥 죽게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나도 모르게 불이 난 건물 벽을 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고소공포증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런 자신이 어떻게 건물 벽을 타고 4층까지 올랐는지 자신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남자는 콜롬비아에서 페루로 넘어간 이민자였다. 꿈을 안고 국경을 넘은 그가 노숙을 하게 된 건 아내가 실종된 때문이었다. 남자는 “함께 페루로 온 아내가 갑자기 실종돼 아내를 찾느라 일을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사연을 알게 된 네티즌들은 “의인이 외국인이었다니 더 고맙다” “동물사랑이 진심인 남자” 등 남자에게 박수를 보냈다. “실종된 아내를 찾는 데 힘을 모아보자”는 네티즌도 많았다.
 


손영식 남미 통신원 voni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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