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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 피임약’ 파는 자판기, 미 대학교에서 인기…낙태 금지법 영향 [여기는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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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워싱턴대학교 캠퍼스에 있는 도서관에 사후피임약(응급피임약) 자판기가 설치돼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일부 대학교에서 사후피임약을 파는 자판기가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고 AP통신이 1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워싱턴대학의 도서관 앞에는 지난해 11월부터 사후피임약 자판기가 놓여졌다. 이 자판기는 지난해 미국 대법원이 ‘낙태권 보장’ 합법화 판결을 공식적으로 폐기한 뒤 대학가 캠퍼스에서 더욱 인기를 끌었다. 

해당 자판기에는 소염진통제인 이부프로펜 계열의 약과 임신 테스트기, 사후피임약 등이 비치돼 있으며, 신용카드 등을 이용해 간편하게 구입할 수 있다. 

AP통신은 “일부 주(州)가 낙태 금지법을 제정하고, 또 다른 주들은 피임을 강조하며 이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하는 가운데, 대학 캠퍼스에서 응급피임약을 저렴하고 신중하게, 동시에 널리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자판기가 설치됐다”고 설명했다. 

미국응급피임학회(ASEC)에 따르면, 현재 17개주, 39곳의 대학에 사후피임약 자판기가 설치돼 있으며 최소 20개 대학이 설치를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클라호마주의 털사대학과 같은 일부 대학은 낙태가 전면 금지돼 있는 만큼 사후피임약에 대한 대학생들의 관심이 더욱 높다. 

워싱턴주는 사후피임약 공급기기를 통해 응급 피임약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해 미국 내에서 최초로 보조금 예산을 책정했다. 워싱턴주 내에 공립대학과 전문대학이 사후피임약 자판기 등을 설치할 경우 1만 달러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켈리 클리랜드 미국응급피임학회 전무이사는 AP에 “낙태법 보장 합헌 판결을 뒤집은 2022년 미국 대법원 판결은 많은 이들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고 있기 때문에 ‘임신 예방’은 더욱 중요한 일이 됐다”면서 “낙태를 할 수 없는 주에 살거나 가까운 곳에서 낙태를 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그 위험은 어느 때보다 높다”고 말했다. 

학생 주도의 캠페인, 사후피임약 자판기로 이어져워싱턴대학교의 사후피임약 자판기는 학생 주도의 캠페인을 통해 설치됐다. 해당 자판기에서는 사후피임약 한 상자를 12.60달러(한화 약 1만 6700원)에 판매하는데, 이는 유명 제약사 판매가의 약 4분의 1 가격이며, 현재까지 640개 이상이 팔렸다. 

일리노이주와 뉴욕주에서는 주립 대학 캠퍼스내에 1대 이상의 사후피임약 자판기를 설치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코네티컷주에서는 최고 명문대학인 예일대학이 2019년 사후피임약 자판기 설치를 계획했다가 주법에 위배된다는 사실을 알고 계획을 취소했다. 그러나 올해 코네티컷 주정부가 캠퍼스 및 기타 장소의 자판기에서 일반의약품 및 사후피임약의 판매를 허용하는 법안을 승인했다. 


다만 자판기는 초·중·고등학교에 설치될 수 없으며, 비와 바람에 노출되는 실외에도 설치가 불가능하다. 온도 및 습도 제어 기능이 반드시 장착돼 있어야 하며, 정전에도 대비하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해당 법안을 지지한 코네티컷 주의회 민주당 소속 의원인 니콜클라라데스 디트리아 의원은 AP에 “사람들이 사후피임약을 더 쉽게 접근하고,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면서 “우리 모두 알다시피 한밤중에 사후피임약이 필요할 수 있으며, 아침까지는 약국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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