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언론은 엘살바도르 의회가 이 같은 내용의 조직범죄 처벌법 개정안을 처리했다고 27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비상사태가 선포된 가운데 체포되는 갱단 조직원은 개인별재판이 아닌 갱단 조직별 재판에 회부된다. 갱단별로 조직원들을 모아 집단으로 법정에 세우고 한꺼번에 재판을 받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갱단과의 전쟁 수행을 위해 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했다는 입장이다. 검거된 갱단 조직원들이 너무 많아 재판이 무작정 지연되고 있고 판사들은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재판이 기약 없이 지연돼 붙잡힌 갱단 조직원들이 석방될 수 있다는 우려도 그간 법조계 일각에선 제기돼왔다.
엘살바도르 치안부에 따르면 비상사태가 선포된 후 지금까지 검거된 갱단 조직원은 7만2000명에 육박한다. 치안부 관계자는 “7만 명 넘는 조직원을 1명씩 개별적으로 법정에 세운다면 재판에 수백 년이 걸릴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권단체들은 부작용을 걱정한다. 비상사태가 선포된 후 정부가 갱단 조직원들을 마구 잡아들이면서 엘살바도르에선 인권 침해 고발이 빗발치고 있다.
복수의 현지 인권단체들이 집계한 통계를 보면 정부가 갱단과의 전쟁을 시작한 지난해 3월 27일부터 올해 6월 30일까지 엘살바도르에선 인권침해 1만3581건이 보고됐다. 영장발부 등 적법한 절차를 생략한 무단 체포가 전체의 95.32%로 가장 많았다.
무고한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야당 의원 하이메 게바라는 “갱단 조직원으로 몰려 잡혀 있는 선량한 주민도 적지 않다는 정보가 있다”면서 “개인이 각각 재판을 받지 못한다면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는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엘살바도르 의회는 갱단 우두머리에 대한 형사처분을 최장 징역 60년으로 개정했다. 조직범죄 처벌법에 따르면 원래 갱단 우두머리에겐 징역 6~9년 선고가 가능했다.
의회는 그러나 정부가 갱단과의 전쟁을 시작한 지난해 3월 최고형을 징역 40~45년으로 개정했다. 개정 1년 만에 최고형이 다시 60년으로 확대된 것이다.
현지 언론은 “갱단의 조직적 특성상 두목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며 “조직을 완전히 와해시키기 위해선 우두머리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여론을 수렴해 의회가 법을 개정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임석훈 남미 통신원 juanlimmx@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