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국가민방위청(INDECI)은 “천둥번개나 벼락이 치는 날 안전에 각별히 유의하라”라고 최근 대국민 메시지에서 당부했다. 국가민방위청이 이 같은 메시지를 낸 건 올해 들어 벼락을 맞고 숨지는 사고가 꼬리를 물고 있기 때문이다.
공식 통계를 보면 1월부터 지금까지 페루에선 모두 5명이 벼락을 맞고 숨졌다. 1주일에 1명꼴로 벼락 사고가 발생한 셈이다.
가장 최근의 사고는 쿠스코 지방 에스피나르 지역에서 지난 1일(현지시간) 발생했다. 철판으로 지붕을 덮은 허름한 가옥이 벼락이 떨어지면서 40대 부부와 7살 아들이 현장에서 사망했다.
벼락사고는 도시보다 농촌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올해 발생한 사고엔 이런 지역적 특징이 없었다. 대신 사망한 피해자가 벼락을 맞은 당시 휴대전화 등 전자제품을 사용하고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충분한 주의를 기울였다면 피할 수 있는 사고였다고 국가민방위청이 보는 이유다.
벼락 사고는 재난이나 자연재해로 여기는 게 일반적이지만 올해 발생한 사고는 인재의 성격이 짙다는 게 국가방위청의 입장이다. 국가방위청은 “벼락이 칠 때는 나무나 철제 구조물 아래로 대피해선 안 되고 핸드폰의 전원을 끄는 것이 안전하다”고 밝혔다. 휴대전화에서 나오는 고주파 방사선이 벼락을 끌고 올 수 있다는 것이다.
벼락 사고는 소중한 생명을 단번에 앗아가기도 한다. 지난해 11월 페루 파루로 지방 오마차 지역에선 벼락이 떨어져 부부와 고양이 1마리, 양 26마리가 한꺼번에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웃 주민들에 따르면 갑자기 날씨가 흐려지고 폭우와 함께 천둥번개가 치기 시작하자 부부는 방목하던 양들을 대피시키다가 봉변을 당했다.
이 사고가 발생하기 1주일 전 이 지역에선 말을 타고 가던 주민이 벼락을 맞아 애마와 함께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연이어 사고가 발생하자 주민들은 “흐린 날에는 밖에 나가는 게 두렵다”면서 공포를 호소했다.
현지 언론은 “브라질과 함께 페루는 중남미에서 벼락 사고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국가”라면서 주의를 당부했다.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
임석훈 남미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