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체 코파일럿 + PC인 신형 서피스 프로와 랩탑을 공개하면서 삼성전자나 HP, 델, 레노버 등 다양한 파트너를 초대했지만, 과거 한 몸처럼 붙어 다니며 ‘윈텔’이라 불리던 인텔 CPU 탑재 제품은 없었습니다. 인텔의 최신 CPU인 메테오 레이크 (코어 울트라) AI 연산 능력은 40TOPS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새로 공개한 코파일럿 + 윈도우 PC에는 인텔 CPU 대신 퀄컴 스냅드래곤 X 엘리트가 탑재됐습니다. 지금까지 x86 CPU와 짝을 맞춰 진화했던 윈도우의 극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본래 기업 간에도 영원한 동지나 적은 없게 마련이지만, 이 행사를 본 인텔이나 경쟁사 AMD 모두 마음이 급해진 것은 당연합니다. 인텔은 코파일럿 + PC의 기준을 충족시키는 차세대 CPU인 루나 레이크와 애로우 레이크의 개발을 완료했지만, 출시 시기는 올해 3분기와 4분기로 당장에는 내놓을 제품이 없습니다.
대신 인텔은 아마도 코어 울트라 2세대로 출시할 코드명 루나 레이크와 관련된 정보를 추가로 공개했습니다. 우리에게 더 뛰어난 제품이 있고 조금만 기다리면 구매할 수 있다는 정보를 소비자에게 전달해야 경쟁사 제품을 구매하는 일을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루나 레이크는 45TOPS (INT8 기준) 성능의 NPU를 탑재해 이것만으로도 코파일럿 + PC의 기준을 만족합니다. 하지만 2세대 내장 그래픽인 Xe2 GPU를 탑재해 AI 가속 능력을 더 끌어 올렸습니다.
루나 레이크에 탑재된 Xe2 GPU는 인텔의 외장 그래픽 카드인 배틀메이지와 같은 아키텍처를 사용합니다. 중요한 변화점은 메테오 레이크에서 생략한 인공지능 연산 유닛인 XMX(Xe Matrix eXtention)이 포함되어 이것만으로도 60TOPS의 성능을 낼 수 있습니다. 물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 있어야 소비자가 실제 성능을 체감할 수 있겠지만, AI PC를 위한 하드웨어적 기반은 확실히 마련한 셈입니다.
CPU 역시 새로운 라이언 코브(Lion Cove, P 코어)와 스카이몬트(Skymont, E 코어)를 통해 경쟁자보다 더 높은 성능을 확보했다고 주장했지만, 구체적으로 얼마나 빠른 지 자신 있게 발표하지 않은 점으로 봐서 이 부분은 더 검증이 필요해 보입니다. 루나 레이크는 이미 양산 단계에 이른 것으로 보이며 늦어도 올해 3분기 안에 노트북 제조사들에 공급될 것입니다. 따라서 이를 탑재한 코파일럿 + PC가 앞으로 노트북과 데스크톱 시장에서 표준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현재는 AI 기능이 사용자에게 바로 와닿을 만큼 차별화된 기능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몇 년 안에 관련 생태계가 구축되고 사람들이 AI 서비스를 자주 사용하게 된다면 AI PC로 갈아타는 수요가 커질 것입니다. 인텔, 퀄컴, AMD, 애플 등 주요 CPU 제조사들은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AI 성능을 대폭 높인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올해 출시될 루나 레이크와 애로우 레이크는 AI PC 확산의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고든 정 과학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