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를 보면 팔뚝을 가릴 정도로 머리카락을 기른 장발의 남자는 여학생 교복을 차려입은 채 길을 걷고 있었다. 등에 백팩까지 매고 있어 멀리서 보면 누구나 평범한 여학생으로 착각할 모습을 하고 있던 남자는 손에 휴대폰을 들고 있었다. 경찰은 남자의 동선을 추적해 제보를 접수한 지 72시간 만에 남자를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남자가 붙잡힌 곳은 산타로사 국립여자고등학교 주변이었다. 남자는 이 학교 교복을 입고 주변을 배회하다 덜미를 잡혔다.
여학생교복을 곱게 차려입은 남자는 38살 청년이었다. 경찰은 남자를 경찰서로 연행해 조사를 했지만 곧바로 석방했다. 남자를 입건하거나 구속할 혐의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우리가 접수한 건 여학생으로 변장한 남자를 봤다는 제보였을 뿐”이라면서 “남자에 대한 고발이나 고소는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조사에서 남자는 범죄의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남자는 “여학생교복을 입고 여학생들과 사진을 찍고 싶었을 따름”이라면서 “여학생들과 사진을 찍은 적은 있지만 어떤 위해도 가한 적이 없고 범죄를 저지른 적도 없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남자가 풀려났다는 소식을 언론을 통해 접한 학부모들은 불안을 감추지 못했다. 산타로사 여자고등학교에 딸을 보낸다는 한 여성은 “경찰에 붙잡힌 사람이 범행을 계획하고 있었다고 자백할 리 있느냐”면서 “남자의 말만 듣고 풀어준 경찰이 큰 실수를 했다. 불안해서 딸을 학교에 보내기 꺼려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여학생교복을 입고 다니는 30대 청년을 온전한 정신을 가진 사람으로 볼 수 있겠는가”라면서 “언제든 범죄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경찰이 만들어버린 것과 다를 게 없다”고 주장했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