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에는 불이 난 2층 주택이 보인다. 불은 이미 상당히 커져 2층 창문 밖으로 불길이 삐져나오고 있다. 청바지 차림에 야구모자를 눌러쓴 남자는 주택 2층과 1층 사이 살짝 돌출돼 있는 턱을 타고 아슬아슬하게 고양이가 있는 2층 창문에 접근했다. 주택 주변에는 가슴을 졸이면서 남자를 지켜보고 있는 주민들이 다수 보인다. 마치 암벽을 타듯 조심스럽게 이동하면서 고양이에게 다가가는 데 성공한 남자는 고양이를 낚아채듯 집어 아래로 던져 구조했다. 남자를 지켜보던 주민들은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고양이를 구조한 남자는 천천히 아래로 내려왔지만 이내 다시 건물 벽을 타고 올랐다. 조금 전에 고양이를 구조한 창문에 또 다른 고양이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남자는 인터뷰에서 “이미 불길이 번졌지만 소방대는 아지 보이지 않았다”면서 “고양이가 불에 타 죽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어 다시 벽을 탔다”고 말했다.
처음에 올라갔을 때보다 벽은 상당히 더 뜨거워져 있었다고 한다. 그 사이 건물이 더 불에 달아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자는 이번에도 암벽을 타듯 벽에 올라 화재가 난 집에 갇혔던 고양이 9마리를 추가로 구조했다. 위험을 불사하고 남자가 구조한 고양이는 모두 10마리였다.
영상이 큰 화제가 되자 현지 언론은 취재를 위해 남자를 찾아 나섰다. 에스테반 마린이라고 자신의 실명을 공개한 남자는 “비록 동물이지만 고양이도 우리처럼 느끼고 생각하는 생명체”라면서 “귀중한 생명을 구해야 한다고 마음이 시켜 따른 것일 뿐 특별히 대단한 일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