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ESA이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붉은 행성 화성의 표면은 긁힌 자국과 흉터로 가득 차 있다. ‘아가니페 포사’(Aganippe Fossa)라는 이름의 이 지형은 가파른 벽이 있는 도랑처럼 함몰한 홈 중 하나다. 그러나 더 구체적으로 아가니페 포사는 ‘그라벤’(graben)’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그라벤이란 지구(地溝)를 뜻하는데, 거의 평행한 2개 이상의 정단층 사이에 발달된 길고 낮은 지대를 말한다.
ESA 관계자는 “아가니페 포사가 언제 어떻게 생겨났는지 확신할 수 없지만, 화성의 거대한 타르시스 화산 아래에서 솟아오르는 마그마로 인해 지각이 늘어나고 갈라지면서 형성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행성 명명법에서 흔히 볼 수 있듯이 ‘아가니페 포사’라는 이름은 고대 신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테르메소스 강의 딸인 아가니페는 그리스 헬리콘 산 기슭에서 발견되는 샘과 관련된 요정이었다.
아가니페 로사는 화성의 가장 큰 화산 중 하나인 아르시아 몬스의 기슭에 있다. ‘포사’(Fossa)는 도랑을 의미하는 라틴어에서 파생되었으며, 행성이나 달 표면의 길고 좁은 함몰을 의미한다.
최근 공개된 사진은 2003년부터 화성 궤도를 돌고 있는 ESA 마스 익스프레스가 촬영한 것이다. 비록 착륙선인 비글 2호가 분실되었지만, 궤도선은 화성 광물 지도를 작성하고, 대기를 연구하고, 지각 아래를 조사하고, 화성의 두 작은 위성인 포보스와 데이모스를 조사하는 등, 화성에 대한 전체적인 조사를 수행하고 있다.
ESA에 따르면 이러한 지형은 고대 빙하와 연관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화산 기저부 주변의 10만㎞·2 원형 면적과 관련하여 아르시아 몬스의 고리 모양의 ‘오레올’(aureole·주변광)의 특징이다.
“흥미롭게도 이 후광은 화산의 북서쪽 측면에만 형성되었으며, 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얼음이 자리잡는 반대 방향의 우세한 바람으로 인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ESA 관련자가 밝혔다.
연구팀은 또한 이 지역의 바람에 날린 먼지와 모래 역학에 대해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는 더 어두운 물질이 더 밝은 땅에 퇴적된 결과로 행성 표면에 ‘얼룩말과 같은’ 패턴을 생성했다”면서 “여기 표면에는 화산이 활동했던 때부터 용암 흐름의 증거도 보여준다”라고 덧붙였다.
아가니페 포사는 화성의 많은 고전적인 알베도(albedo·달·행성이 반사하는 태양 광선의 비율) 특징 중 하나다. 이는 지구에 있는 망원경을 통해서도 행성에서 볼 수 있는 밝고 어두운 특징을 말한다. 우주 기반 궤도선을 통해 천문학자들은 행성 표면과 흥미로운 지형에 대한 전례 없는 전망을 얻었다.
ESA 과학자들은 “마스 익스프레스 임무는 평생 동안 엄청나게 생산적이었고 이전보다 화성에 대해 훨씬 더 완전하고 정확한 이해를 가져다주었다”고 설명했다.
이광식 과학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