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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A 포기하고 18A 올인…위기의 인텔, 승부수 던졌다[고든 정의 TE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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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텔의 본래 로드맵. 출처 인텔


지난 2021년 인텔 CEO로 취임한 펫 겔싱어는 업계에서 상당한 이력을 쌓은 전문가입니다. 그는 80486 (486 프로세서) 개발 같은 초기 CPU 개발에 참여했을 뿐 아니라 인텔 개발자 포럼(IDF)을 설립하고 Wi-Fi 표준이나 USB 표준을 만드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2012년 VMware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30년을 인텔에서 일한 ‘인텔맨’이었기 때문에 당시 위기에 처한 인텔로 다시 자리를 옮겼을 때 새 CEO로 큰 기대를 받았습니다.

펫 겔싱어는 취임한 후 일각에서 제기하는 것처럼 반도체 팹을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확장해 다른 회사의 제품까지 제조하는 파운드리 사업에 본격 진출할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AMD처럼 반도체 생산 시설을 매각한 후 팹리스 회사로 전환할 계획이 없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4년 동안 5개의 공정 (인텔 7, 인텔 4, 인텔 3, 20A, 18A)을 도입해 경쟁자인 삼성이나 TSMC보다 뒤처진 미세 공정을 따라잡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밝혔습니다.

사실 이런 결정에는 과거 10nm 공정에서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인텔은 14nm 공정에서 10nm 공정으로 전환하면서 한 번에 너무 많은 것을 바꾸려다가 오히려 기술적 문제가 자꾸 생기는 바람에 오랜 세월 14nm 공정에 의지했고, 결국 이것이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문제가 됐습니다. 따라서 겔싱어 CEO는 여러 단계에 걸쳐 미세 공정을 개선하기로 하고 통상 2년에 한 번 정도였던 새로운 공정 도입을 4년에 5번으로 쪼갰습니다.

만약 이런 계획들이 순조롭게만 진행됐다면 획기적인 시도로 평가받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결과는 그렇지 못합니다. 처음 의도와 달리 너무 짧은 시간에 다수의 공정이 개발되면서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오히려 따라잡아야 할 경쟁자인 TSMC의 도움을 받는 비중은 더 커졌습니다. 그 징조는 메테오 레이크 (코어 울트라 1세대)부터 나타났습니다.

작년에 출시된 메테오 레이크는 CPU 코어 부분인 컴퓨트 타일만 인텔4 공정으로 제조하고 나머지 그래픽, SoC, IO 타일은 모두 TSMC가 제조해 사실상 TSMC가 제조하는 부분이 더 큰 프로세서가 됐습니다.

그리고 올해 등장한 루나 레이크 (코어 울트라 2세대)는 컴퓨트 타일마저 TSMC의 N3B 공정으로 제조되어 인텔이 제조하는 부분은 타일을 올리는 기본 타일인 포베로스 인터포저 베이스 타일 (Foveros interposer base tile) 밖에 없게 됐습니다. 사실상 TSMC에 모두 외주를 준 것과 다를 바 없는 상황입니다.

물론 이는 본래 계획에는 없었던 일입니다. 과거 공개한 인텔 로드맵에는 루나 레이크가 20A 공정 컴퓨트 타일을 사용할 계획이었습니다. 따라서 20A 공정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이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인텔은 최근 20A 공정을 건너뛰고 18A 공정에 집중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역시 20A 공정을 적용할 예정이었던 데스크톱 버전의 애로우 레이크 역시 외부 파운드리를 사용한다고 밝혀 TSMC의 N3B를 사용할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습니다. 사실상 AMD와 인텔 양사의 소비자용 x86 CPU가 사상 최초로 TSMC에 의해 전량 제조되는 셈입니다.

인텔은 이 상황에 대해 18A 공정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20A 공정에서 자체 GAA 기술인 리본펫 (Ribbon FET)이나 후면 전력 공급 기술인 파워비아(PowerVia)를 성공적으로 검증해 다음 공정으로 진행하게 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20A를 포기하고 20A의 개량형인 18A에 집중해 비용을 절감하려는 시도로 해석됩니다.

2024년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인텔은 매우 부진한 결과를 발표하면서 15,000명 이상의 인력을 감축하고 100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하는 구조조정안을 발표했습니다. 아마 절감하는 인력 중 상당수는 본래 20A 공정에 투입하려던 인력일 수 있습니다.

사실 이미 올해 초부터 애로우 레이크에 외부 파운드리 공정을 적용한다는 루머가 돌았고 실제 프로세서에 적용하기 위해서 1년 정도는 먼저 준비를 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할 때, 루나 레이크와 애로우 레이크 모두 TSMC에 외주를 맡긴다는 결정이 생각보다 오래 전 이뤄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인텔의 주장대로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면 막대한 비용에 따른 재무적 부담이 원인으로 해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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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텔 18A. 출처 인텔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18A마저 성공하지 못하면 사실 기술적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것이 되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인텔은 이미 18A 파운드리를 위해 마이크로소프트나 미 국방부 같은 고객사를 확보한 상태라 이번엔 반드시 성공해야 합니다.

그리고 차세대 프로세서인 팬서 레이크와 서버 프로세서인 클리어워터 포레스트 역시 18A 공정으로 제조됩니다. 인텔에 따르면 18A의 개발은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2025년 중반 양산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만약 18A가 기대한 만큼의 성능을 내고 양산에도 성공한다면 인텔은 종합 반도체 회사로써 미래가 있습니다. 그러나 만에 하나라도 성공하지 못하면 먼저 팹리스 회사로 전환된 AMD의 전철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그리고 TSMC는 점유율이 더 늘어나 반도체 미세 공정 분야에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독점 기업이 될 것입니다. 파운드리 제조 비용을 더 높여도 견제할 기업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이는 결국 팹리스 반도체 제조사와 최종 소비자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는 건 물론이고 미국의 국가 안보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그런 만큼 18A에 올인한 인텔의 마지막 승부수가 통할 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고든 정 과학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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