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장전술로 유명한 페루 경찰팀이 이번에는 인기 동물 탈을 쓰고 마약사범을 체포하는 데 성공했다.
17일(현지시간) 페루 언론매체는 “밸런타인데이에 수도 리마의 남부 루린 지역에서 귀여운 ‘사랑의 카피바라’로 변장한 수사관을 앞세운 마약수사대가 마약사범을 체포했다”면서 당시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을 보면 페루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사랑의 카피바라’가 어느 집 앞으로 가 초인종을 누른다. 안에서 “누구냐”는 말이 들리자 카피바라는 “선물 가져왔다”고 말했다. 선물박스를 들고 있는 귀여운 캐릭터를 본 남성은 경계심 없이 순순히 문을 열었고, 순간 카피바라가 뛰어들어 남성을 제압해 수갑을 채웠다.
경찰에 따르면 변장한 수사관은 경력 13년 차 무술 특기자였다. 이 경찰은 “변장한 상태였는데 캐릭터의 팔과 다리가 너무 짧아 행동이 제한적이었다”면서 “그래도 사고 없이 체포에 성공해 다행”이라고 말했다.
카피바라는 ‘초원의 지배자’라는 의미로 남미에 서식하는 설치류 동물이다. 온순하고 귀여워 ‘사랑의 카피바라’라는 캐릭터로도 만들어져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경찰은 “일부러 밸런타인데이(14일)로 날짜를 잡아 그 날에 가장 어울리는 캐릭터를 골라 작전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 작전으로 체포한 남성은 페루의 한 마약 카르텔이 공급하는 마약을 지역에 뿌리는 총책이었다. 철저하게 주변을 경계해 의심스러운 상황이 발생하면 바로 도주하거나 총기류 등 무기를 들고 격렬히 저항할 위험이 컸다. 경찰은 “순순히 문을 열게 하고 신속하게 제압하는 게 작전의 핵심이었다”고 말했다.
마약사범의 자택에선 1회 투약용으로 소분한 1774명분 코카인과 마리화나 420g 등 마약이 발견됐다. 페루에선 마약을 판매하다 적발되면 징역 3~10년이 선고될 수 있다.
페루 경찰은 마약범 소탕 작전에 인기 캐릭터로 변장한 수사관을 투입해 ‘경찰 분장 전술의 원조’로 불린다. 2022년 어벤져스로 변장해 마약밀매단을 일망타진해 전 세계 화제가 됐고, 지난해 10월 핼러윈에선 슈퍼 히어로 ‘데드풀’과 ‘울버린’으로 변장해 마약사범을 체포했다.
임석훈 남미 통신원 juanlimm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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