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한 상태로 경비를 서던 군인들이 무장 강도들에게 털리는 황당한 사건이 남미 칠레에서 발생했다. 강도들이 총을 쏘며 달려드는데도 제대로 대응 사격조차 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범죄 피해를 봤다
2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사건은 칠레 수도 산티아고로부터 북서부로 약 130㎞ 떨어져 있는 비냐 델 마르의 해군 부대에서 발생했다. 이 부대는 주로 해병대 훈련장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사건이 발생한 시간은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은 새벽으로 당시 해군부대 초소에는 군인 2명이 무장한 상태로 경비를 서고 있었다. 2명 중 1명은 갓 입대한 초임자였다.
초소를 공격한 강도는 4명으로 모두 두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검찰이 제한적으로 공개한 사건 개요를 보면 강도들은 총을 쏘면서 경비초소로 밀고 들어갔다. 경비를 서던 군인들은 강도단의 기습에 저항하지 못한 채 급히 몸을 숨겼다가 초소로 들어온 강도들에게 제압당했다.
현지 언론은 “수사에 나선 검찰이 사건 개요를 제한적으로 공개했지만 사건 심각성을 고려해 40일간 자세한 수사자료 공개를 금지했다”고 보도했다.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자 칠레 일각에선 군의 무능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비등했다. 무장하고 있던 군이 저항하지 못하고 속수무책 강도들에게 당한 건 기강해이를 보여준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네티즌들은 “일개 강도단에게 당하는 군이 나라를 안전하게 지켜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겠느냐” “경찰도 아니고 군이 강도를 당했다. 세계에서 칠레 군은 가장 무능한 군일 것”이라고 비난했다.
칠레 현지 법에 따라 군은 이런 경우 용의자를 현장에서 긴급체포할 수 있다. 총기를 사용하는 것도 정당방위로 간주할 수 있어 저항이 가능하다.
그러나 칠레 군은 민간인을 상대로 저항하지 말라는 명령을 내려 이번 같은 범죄 발생 때 군의 무력 사용을 사실상 원천 금지했다. 이런 명령이 내려진 건 4년 전 발생한 사건 때문이었다.
지난 2021년 칠레 비오비오 지방에선 소요 사태가 발생해 23살 청년이 총을 맞고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청년이 목숨을 잃은 건 군이 쏜 총 때문이었다는 주장이 나와 군이 곤욕을 치렀다.
이후 수사에서 군은 누명을 벗었지만 비슷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상황을 막론하고 민간인에 대해선 발포 금지령을 내렸다.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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