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남미

“레무리아공화국? 그런 국가도 있나?” 황당 외교관 사칭 칠레 남성 ‘쇠고랑’ [여기는 남미]

페이스북 공유 트위터 공유 카카오톡 공유 네이버블로그 공유
확대보기
▲ 남성이 갖고 있던 가짜 외교관 신분증. 레무리아공화국이라고 적혀 있다. 칠레 경찰 제공


“레무리아공화국이 어디에 있는 국가죠?” 경찰은 계속 이렇게 물었지만, 남성은 “외교관을 조사하려고 하는 것이냐. 당신들에겐 그럴 권한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끈질기게 버티던 그는 결국 외교관 사칭 혐의로 쇠고랑을 찼다.

지구에 존재하지 않는 국가의 신분증까지 만들어 외교관 행세를 하던 50세 칠레 남성이 검거됐다고 현지 언론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남자는 경찰조사에서 외교관을 사칭한 이유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어 범죄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는 칠레 북부 5번 고속도로에서 자동차를 몰고 수도 산티아고 방향으로 달리다가 경찰 검문에 걸렸다. 경찰은 불심검문 중이진 않았지만 낯선 번호판을 보고 자동차를 멈춰 세웠다고 한다. 경찰은 “칠레에는 존재하지 않는 번호판을 단 자동차가 주행하고 있어 확인을 위해 멈추도록 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난생 처음 보는 번호판은 하늘색 바탕에 위쪽엔 외교관 차량이라고 적혀 있었고 숫자와 알파벳을 조합한 고유 번호가 인쇄돼 있었다. 그러나 칠레 정부가 발급하는 외교관 차량 번호판은 아니었다.

무언가 수상한 낌새를 느낀 경찰이 신분증을 요구하자 남성은 외교관 신분증을 내밀었다. 신분증에는 ‘레무리아공화국’(Republic of Remuria)이라고 국가명이 적혀 있었다. 그는 자신이 칠레 주재 레무리아공화국대사관에 근무하는 외교관이라고 했다.

처음 듣는 국가명에 경찰이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레무리아공화국이 어디에 있는 국가인가. 어느 대륙에 있는가”라고 물었지만 남성은 대답을 회피한 채 “칠레 경찰이 왜 외교관을 잡는가. 당신들은 나를 조사할 권한이 없다”고 했다.

한동안 동일한 질문과 대답이 반복되자 경찰은 신분증이 가짜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한다. 경찰은 “레무리아공화국이 어디에 있는지, 칠레 주재 대사관이 어디 있는지 물어도 그는 경찰에 조사권이 없다는 말만 했다”면서 보다 확실한 신분 확인을 위해서라도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경찰이 연행해 조사한 결과 경찰의 짐작대로 그의 주장은 모두 거짓이었다. 레무리아공화국이라는 국가는 지구에 존재하지 않았고 외교관차량 번호판과 남성의 외교관 신분증은 가짜였다. 신원과 차량을 조회한 결과 남자에겐 전과가 없었고 차량에도 도난신고 등 특별한 문제점은 없었다고 한다.

경찰은 외교관 사칭, 신분증과 차량번호판 위조 등의 혐의로 남자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지만 문제는 범행 동기다. 그는 외교관을 사칭한 이유에 대해 입을 열지 않고 있다.

경찰은 “그가 분명 목적을 갖고 외교관을 사칭했을 텐데 동기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면서 “여죄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추가수사를 한 후에야 검찰에 송치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임석훈 남미 통신원 juanlimmx@naver.com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추천! 인기기사
  • KF-21, J-10C에도 못 이긴다?…中서 한국 전투기 깎
  • “한국보다 뛰어난 中 전투기 엔진”…6세대 개발이 어려운 이
  • “중국산 전투기 더는 못 써”…韓 FA-50 ‘최대 100대
  • ‘푸틴 턱밑’에 韓 K2 86대…연내 116대까지 늘리는 이
  • “MZ보다 성생활 만족도 높다”…쾌락 가장 중시하는 세대는?
  • 대만도 못 받을 판인 패트리엇…‘천궁-II’ 쟁탈전 벌어지면
  • “전투기 10년 할부 OK”…한국 KF-21 시장 노리는 중
  • “갑자기 하고 싶어”…강박적 성행위 유발하는 ‘이 감정’ 정
  • K2·K9 쓸어담던 폴란드, 자국산 구매 4배…한국에 무슨
  • KF-21에 3조3000억원…초도·후속 양산 동시 추진하는
  • 나우뉴스 CI
    • 광화문 사옥: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124 (태평로1가 25) , 강남 사옥: 서울시 서초구 양재대로2길 22-16 (우면동 782)
      등록번호 : 서울 아01181  |  등록(발행)일자 : 2010.03.23  |  발행인 : 김성수 · 편집인 : 김태균
    •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Tel (02)2000-9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