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당원이 마르크스보다 귀신을 신봉하다니….”
중국 공산당이 발간하는 격주간 잡지 ‘치우스(求是)’ 최신호가 “일부 당원들이 마르크스·레닌주의보다 귀신을 더 신봉하고, 조직을 믿기보다 개인을 믿고 있다.”고 비판했다.
당연한 내용으로 보이지만, 글은 여러 각도에서 해석되고 있다. 여기서의 ‘귀신’은 1차적으로 마르크스·레닌주의가 아닌 다른 사상과 이념 등을 총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당에 대한 충성도를 문제 삼은 것이다. 글은 “일부 당 간부들이 당에 대한 충성도가 흔들리고 약화되고 있다.”고 질타하면서 “고도의 관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오는 가을 17차 당대회에서 대대적인 물갈이가 예고되는 상황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지도부가 ‘충성도’를 인사의 첫 조건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글은 “충성은 중국전통 문화의 기본 도덕이며 개인 인품을 측량하는 기본”이라며 “공산주의의 원대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중국 공산당은 충성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조직을 믿기보다 개인을 믿고 있다.’는 표현은 파벌싸움에 대한 경고로 엄단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글은 “소수 간부들이 특정 개인이나 파벌에 대해 충성 맹세를 하면서 관계를 강화하거나 파벌을 형성하고 있다.”면서 “이는 당의 취지를 배반하는 것이며 당원의 자격도 없는 것”이라고 꾸짖었다.
그러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7일자에서 중국에서 권력을 얻기 위해서는 ‘공산주의청년단’이나 ‘상하이방(幇)’, 태자당 등 특정 파벌이나 개인에게 충성을 맹세하지 않으면 안되는 현실을 꼬집었다.
일부에서는 “중국 최고지도부가 최근 당에 대한 당원들의 지지도가 약화되고 종교나 미신에 빠지는 당원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는 분석을 제시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전 인민대 부총장 셰타오 등의 ‘민주화 요구’가 공산당 내부를 자극한 뒤 지도부가 딜레마에 빠져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민감한 시점에 공론화하자니 권위를 해칠 수 있고, 무시하자니 요구를 수용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는 고민을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가을 열리는 17대 당 대회를 앞두고 정치적 민감도가 계속 극대화되고 있음을 방증해주는 내용들이다.
이지운특파원 jj@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