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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 팬들의 눈은 벌써 모스크바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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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1일(현지시간) 런던에 위치한 첼시의 홈구장 스탬포드 브릿지를 찾았다. 볼튼 원더러스와의 2007/08 프리미어리그 마지막 경기를 남겨둔 첼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경기여부에 따라 역전 우승도 바라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미 첼시 팬들의 눈은 프리미어리그 타이틀이 아닌 모스크바로 향하고 있었다. 스탬포드 브릿지로 향하는 거리 곳곳에는 리그 우승을 염원하는 티셔츠보다 다가 올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기념하는 티셔츠와 용품들이 눈에 띄었다.

게다가 볼튼과의 경기를 앞둔 첼시 팬들은 그들의 응원가와 함께 “모스크바에서의 승리는 우리의 것”이라는 노래를 부르며 사실상 리그 타이틀에 대한 기대를 접은 듯한 모습이었다. 비록 유쾌하진 않지만 맨유의 우승을 첼시 팬들도 이미 인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볼튼과의 경기를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모두가 리그 우승을 완전히 체념한 것도 아니었다. 경기가 시작되기 30분 전부터 그들은 응원가를 부르며 리그 우승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가고자 했다.

그러나 경기는 생각보다 쉽게 풀리지 않았다. 공격수 한명을 제외하고 모든 선수가 수비를 펼친 볼튼의 밀집수비를 첼시의 선수들은 좀처럼 공략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잉글랜드 북부에 위치한 위건에서 맨유가 선제골을 넣었다는 소식마저 들려왔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처음 맨유의 선제골 소식이 위건의 선제골로 잘못 전달되었다는 것이다. 전반 30분경 스탬포드 브릿지 남쪽 스탠드에서 경기와 관련 없는 환호성이 터졌다. 그리고 위건이 맨유를 상대로 선제골을 터트렸다는 소식이 관중석으로 퍼졌다.

첼시의 팬들은 매우 흥분했다. 그러나 곧바로 확인한 결과 선제골은 위건이 아닌 맨유가 기록한 것이었다. 이 같은 관중석 오보는 또 한번 이어졌다. 맨유의 라이언 긱스가 쇄기골을 넣은 직후 스탬포드 브릿지의 관중석에는 위건이 동점골을 넣었다는 소식이 퍼지기 시작했다.

남쪽 스탠드 2층의 한 첼시 팬은 양손의 손가락을 한 개씩 펴며 1-1이 됐음을 알렸다. 마치 사실인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이 또한 명백한 오보였다. 어쩌면 그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그러한 오보를 계속해서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적어도 그 짧은 순간만큼은 마치 역전 우승이라도 한 것 처럼 기뻐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후반 추가시간 동점골을 허용한 첼시는 결국 1대 1 무승부를 기록했고 역전 우승에 대한 희망은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그러나 첼시 팬들은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경기가 끝나자 다시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선수들에게 기립박수를 보내며 모스크바에서의 선전을 기원했다.

첼시의 프리미어리그 마지막 경기, 리그 우승에 대한 가능성은 존재했지만 스탬포드 브릿지의 분위기는 다가오는 챔피언스리그를 준비하는 모습이 더욱 커보였다. 첼시 구단 역사상 첫 번째 결승전이자 첫 번째 유럽 최정상에 오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리그가 끝나기 전부터 그들의 눈은 이미 모스크바로 향하고 있었다. 과연 그들의 바람처럼 루츠니키 스타디움(Luzhniki Stadium)에서의 승자는 첼시가 될 수 있을지 다가오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유럽축구통신원(런던 스탬포드 브릿지) 안경남 soccerview.ah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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