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퍼 라이머(본명 김세환). 본인의 음악 보다는 ‘소유진의 남자친구’로 대중에게 인식 되어온 그는 10년 이상 힙합 음악을 해온 1세대 힙합 가수이다.
1996년 ‘죠&라이머’로 데뷔해 ‘KCROSS’를 거쳐 이현도, 이효리의 음반에 참여하는가 하면 올 초 발매된 ‘먼데이키즈’의 음반 또한 그의 필모그라피 중 하나이다.
최근 1.5집 ‘My Way’(마이 웨이)를 발매한 라이머를 만나 ‘소유진의 남자친구’가 아닌 가수 라이머와 인간 김세환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 소유진의 남자친구 ‘라이머’
라이머의 음악인생은 순탄하지 만은 않았다. 1996년 죠&라이머로 데뷔했지만 큰 인기를 얻지 못한 채 활동을 중단해야 했고, 이후 제작자로 활동을 해오던 라이머는 2007년 1집 앨범 ‘Brand New Rhymer’로 데뷔하게 된다.
음반 관계자들 사이에서 이름이 알려져 있던 라이머지만 한 장의 데뷔 앨범을 낸 힙합가수 라이머는 배우 소유진과 열애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유진의 남자친구’로 더욱 주목 받게 된다.
이에 대해 라이머는 “그 친구(소유진을 가리킴)의 남자친구라는 명칭이 더욱 유명한 건 사실이죠. 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 있게 지켜봐 주는 것이기에 나쁜 일만은 아닌 것 같아요.”라고 밝혔다.
하지만 라이머는 “다만 가끔 (소)유진이가 나로 인해 피해를 입을 일은 없을까 걱정이 되요. 그래서 되도록 얘기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죠.”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사당동 반 지하방에서 끼니걱정 하던 인간 ‘김세환’
라이머는 요즘 잘나간다.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뉴’ 프로덕션을 설립했고 국산 자동차 ‘스피라’의 홍보모델로 활동 중이다. 마치 외국의 유명 힙합 뮤지션을 보는 듯 하다.
하지만 그의 이런 성공은 10년이 넘는 배고픔을 견뎠기에 가능했다. 서울에 위치한 유명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던 그는 자신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던 음악의 길을 선택했다.
“대학 시절부터 학비를 벌어 썼어요. 96년에는 사당동 반 지하 방에서 대충 식사를 해결했죠.”
이어 라이머는 “내일을 걱정해야 하는 현실이 싫었어요. 같이 대학 다니던 주변 친구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잘나가는 회사에 취직해서 윤택하게 사는데 저는 그렇지 못했죠.”라며 한숨을 쉬기도 했다.
라이머는 이런 고통에 대해 ‘업보’라고 표현한다. “음악을 하는 게 업보인 것 같아요. 배고팠던 시절에는 힙합을 하는 자체가 싫어질 정도였어요. 하지만 오랜 기간 ‘포기’라는 단어는 생각도 안 했어요. 단지 음악이 좋았고 음악을 위해 살았죠.”
#인생의 2막 브랜뉴 ‘라이머’
1.5집 ‘My Way’를 발매한 라이머는 지금이 인생의 2막 이라고 표현했다.
지난해 솔로 1집 당시 만난 라이머와는 많은 부분에서 달라져 있었다. 이에 대해 라이머는 “무거움을 덜고 싶었어요. 이에 대해 혹자들은 ‘대중성’을 노린 것이 아니냐고 하는데 그런 것 과는 상관없어요. 단지 좀 밝아지고 싶었어요 실제로 밝아 보이지 않나요?”라며 웃음짓는다.
10년 뒤에는 자신이 만든 브랜뉴 프로덕션을 통해서 후배 가수에게는 마음 편안히 음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후배 제작자에게는 만들고 싶은 음악을 마음대로 제작할 수 있는 그런 가요계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전하는 가수 겸 제작자 라이머.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음악이 좋아서 음악을 해온 라이머가 살아온 지난 10여 년의 시간이 있기에 앞으로의 미래가 더욱 기대 된다.
서울신문NTN 김경민 기자 star@seoul.co.kr / 사진=한윤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