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10년 전 도난된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400년 전 희곡집의 첫 ‘폴리오판’이 경찰에 회수됐다.
영국 북동부 더럼시(市) 경찰은 1623년 출간된 셰익스피어 희곡집 첫 폴리오판을 훔친 혐의로 51세 남성을 체포했다고 11일 밝혔다.
2절지 크기의 이 희곡집은 영어로 된 출판물 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 평가되는 작품 중 하나로, 수백만달러의 가치가 있다.
첫 폴리오판이란 셰익스피어의 36개 희곡을 담아 1623년 출간된 폴리오 판형본을 말하는 것으로, 셰익스피어 사후 7년 만에 친구인 존 헤밍스와 헨리 콘델에 의해 출간됐다.
당시 첫 폴리오판은 모두 750부가 인쇄됐으며 이 가운데 3분의 1 가량이 현존하지만 완전한 형태로 보존된 것은 40부에 불과하다. 완전본은 무려 1천500만파운드(약 300억원)의 가치를 인정받는다.
이 폴리오판은 1998년 더럼대 도서관에서 전시되던 중 7세기 서적 및 원고들과 함께 도난됐다.
더럼대는 당시 이 같은 고서 장물은 합법적 구매자들에게 팔아넘길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으며, 이후 10년 간 경찰은 이 작품들의 행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달 16일 한 남자가 미국 워싱턴의 폴저 셰익스피어 도서관에 자신이 소장한 첫 폴리오판의 진본 여부 감식을 요청하면서 오랜 기간 미궁에 빠졌던 도난사건에 해결의 실마리가 잡혔다.
이 남자는 자신이 국제사업가이며 쿠바에서 이 폴리오판을 구입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도서관 사서들은 멀쩡한 외형에도 불구, 책의 끝 부분과 첫 몇 페이지가 손실된 것을 수상하게 여겼다.
도서관은 책의 진위 여부 확인을 위해 이 남성에게 책을 임시로 맡아두겠다고 했고, 뒤이은 조사를 통해 이 책이 더럼대 소장본임을 확인했다.
이어 미 연방수사국(FBI)이 이 남성의 소재 파악에 나섰고, 결국 공조 수사 끝에 영국 경찰은 더럼 인근의 워싱턴 마을에 살고 있는 용의자를 체포할 수 있었다.
되찾은 첫 폴리오판은 현재 미 워싱턴의 폴저 도서관에 보관 중이다.
미국 작가인 빌 브라이슨은 “이 책은 영국의 뛰어난 문학적 유산 가운데 하나”라며 “서적이 원 소재지로 돌아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행렬에 기꺼이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럼대는 이번 용의자의 체포로, 셰익스피어 희곡집 첫 폴리오판과 함께 도난된 ‘캔터베리 이야기’의 저자인 제프리 초서의 시가 담긴 15세기 서류와 8세기 초 영어 서사시인 ‘베이오울프’(Beowulf) 1815년판, 그외 1612년판 지도와 시집 등도 함께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진=Durham University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