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불 타진 않았지만 ‘안녕치 못한’ 우리 문화재

작성 2008.08.13 00:00 ㅣ 수정 2008.08.13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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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한 일본 여대생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이탈리아의 피렌체 성당을 찾았다. 자신이 이 성당에 해 놓은 낙서에 대한 사과와 배상을 하기 위해서다. 한번의 장난으로 이 여대생은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이처럼 관광객이 많이 드나드는 문화재들은 낙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서울에 있는 문화재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이들의 방학이 시작되고 활동하기 좋은 여름이 한창인 이때 우리 문화재는 어떤 상태인지 진단해봤다. 낙서로 인한 훼손이 가장 심한 곳은 서대문형무소였다. 독립투사들의 한과 눈물이 배어있는 이 서대문형무소에선 이곳의 역사를 한 눈에 파악 할 수 있는 역사관부터 독립투사들의 신체와 정신을 감금했던 중앙옥사까지 어디서나 심한 낙서가 눈에 띄었다. 심지어 출입이 금지된 사형장에 설치된 의자에서는 사람이름 4개가 하얀 분필로 적혀 있었다.

조선시대 주요 궁들도 상황은 좋지 않았다.

고종의 생활·승하 처였던 함녕전을 감싸 안고 있는 덕수궁에 위치한 ‘중화전’은 기둥은 물론이거니와 문살의 작은 공간까지 낙서에 자리를 내주고 있었다. ‘덕홍전’주변 행각에선 ‘여기는덕수궁입니다’, ‘덕수궁에왔다가다’등 무려 스무 개가 넘는 낙서들이 발견됐다.

다행히 경복궁은 다른 곳들보다는 낙서가 많지 않았지만 일부 심하게 훼손된 낙서들이 발견됐다. ‘월화문’의 ‘오OO짱’과 ‘양의문’의 ‘바보’라는 낙서들처럼 날카로운 것에 의해 긁힌 낙서들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모두 복원이 어려워 보였다. 가벼운 낙서는 덧칠로 가릴 수 있지만 이렇게 깊이 파진 것들은 복구가 어렵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곳도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종묘와 사적 123호인 창경궁이 바로 그곳이다. 종묘는 문화재에 관광객들의 접근을 비교적 어렵게 해 놨다. 이 때문인지 비교적 낙서가 적었다. 창경궁에서도 사도세자가 태어났던 ‘집복헌’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낙서가 발견되지 않았다.

낙서 제거에만 연간 100만 달러에 육박하는 돈을 쏟아 붓는 호주에서는 낙서에 대한 제재가 강력하다. 공공장소에 낙서를 했을 경우 정도에 따라 5년에서 7년형을 선고받는다. 이뿐만이 아니다. 역사적인 건물이나 기념물을 훼손했을 경우에는 최고 2200호주달러(약 176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한편 우리나라의 낙서관련 법률조항은 4건밖에 안 된다. 그마저도 처벌에 대한 자세한 언급이 없어 유명무실한 상태다.

문화재를 관리하는 창경궁관리사무소 소속의 박찬보(57)씨는 “주로 낙서는 아이들이 하지만 이것은 비단 아이들만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하며 “아이들이 문화재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부모님들이 지도 해주시라.”며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울여대 학생기자 권윤희 고유선 tanya8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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