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에서 배우들의 스타일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특별한 고증을 필요로 하는 시대극은 물론이고 현대물에 있어서도 스타일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배우들의 연기와 대사가 사건 전후의 상황을 이끌어 간다면 스타일은 그 인물의 성격과 심리를 잘 파악해 줄 수 있는 도구로 사용된다.
영화계 관계자는 “영화 속에서 배우들의 스타일은 절대 빠질 수 없는 스태프 같은 존재다. 따라서 배우들의 스타일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 신중하게 선택한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영화 속 배우들의 스타일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쳐보자.
# ‘1930년대를 고스란히 담아내다’ 박해일ㆍ김혜수 개성만점 스타일
일제 강점기에 낭만의 화신임을 자부하는 문제적 ‘모던보이’ 이해명(박해일 분)이 비밀을 간직한 팔색조 같은 여인 조난실(김혜수 분)을 사랑하게 되면서 겪게 되는 예측불허의 사건과 변화를 그린 ‘모던보이’는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 박해일과 김혜수의 만남만으로도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모던보이’는 1930년대 근대 경성을 철저한 고증과 현대적인 시각으로 스크린에 옮겨 놓은 웰메이드 시대극인만큼 근대 경성의 숨결과 기운까지 담아내기 위해 미술, 세트, CG, 분장, 의상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먼저 일정강점기임에도 불구하고 낭만만을 쫓는 문제적 모던보이로 등장하는 박해일은 파스텔톤의 양복과 백석 시인의 헤어스타일을 모티브로 해 자유분방하고 신선한 모던보이의 모습을 잘 표현해준다.
또한 김혜수는 댄스단 리더, 양장점 디자이너, 재봉사, 가수까지 팔색조 여인답게 다양한 의상과 당대 무용가 최승희를 본딴 단발 컷에서 힌트를 얻어 스타일을 잡아 나갔다.
# 밤이 금지된 시절 70년대 속으로~ ‘고고 70’
‘고고 70’은 야간 통행 금지가 있던 70년대 전설적인 밴드 ‘데블스’의 열정적인 활약을 다룬 100%음악 영화로 주인공의 스타일을 보면 그 시대를 유행을 짐작할 수 있다.
조승우는 ‘데블스’의 리드 보컬 상구 역을 맡아 70년대 당시 유행하던 장발과 스카프 등 감각적인 복고 패션으로 무장한 스타일을 보여준다.
또한 70년대 유행을 이끄는 트랜드 리더인 미미 역을 맡은 신민아는 아찔한 미니스커트와 화려하게 부풀린 헤어스타일로 70년대 원조 디바의 모습을 완벽하게 재현했다.
# 공효진 맞아? 패션리더에서 촌티 나는 노처녀로~~~
공효진은 ‘미쓰 홍당무’를 통해 촌티 나는 패션과 부스스한 머리, 히스테릭한 말투를 가진 29살의 노처녀 선생님 양미숙으로 변신했다.
공효진은 여배우로서 도전하기 힘든 망가지는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비호감 캐릭터를 완벽하게 표현했다.
화상을 입은 듯이 빨간 얼굴, 빗어도 빗겨지지 않는 부스스한 곱슬머리, 패션 감각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촌스러운 의상 등은 그가 영화 속에서 어떤 인물로 그려질지 짐작할 수 있다.
공효진은 지난 3일 열린 영화의 제작보고회에서 “캐릭터 자체가 너무 망가지고 비호감 인데다 뛰어난 미모의 배우가 아니다 보니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양미숙이라는 캐릭터는 ‘정말 이상한 애야’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묘한 매력이 있어서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여운이 남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망가진 캐릭터를 연기한 소감을 전한 바 있다.
사진=’모던보이’, ‘고고 70’, ‘미쓰 홍당무’
서울신문NTN 정유진 기자 jung3223@seouln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