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딩 챔피언 SK가 26일 벌어진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두산에 패했다. 선수들의 경기감각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에이스 김광현이 등판한 경기에서 져 후유증이 예상됐다. 그러나 김성근 감독은 경기 후 미소를 지으며 “우려했던 것보다는 선수들이 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돌파구를 찾은 것 같다”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1차전 패배에도 여유를 보인 이유는 무엇일까.
◇역사는 반복된다?
경기 직후 SK 덕아웃에서는 잠깐의 탄식이 있었을 뿐 이내 분위기가 밝아졌다. 선수들은 “작년 1차전보다는 훨씬 좋은 경기였다. 올해는 느낌이 좋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2연패 후 4연승한 기억이 있어 올해도 역사가 반복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외야수 박재상은 “생각했던 것보다 타석이 낯설지 않았다. 경기감각이 떨어진건지 아닌지 잘 몰랐는데 경기를 해보니 확실히 알겠다. 작년에는 긴장감이 오늘보다 더 심했다”고 말했다.
◇어떤 돌파구 찾았나?
1차전이 탐색전 성격이 될 거라던 김 감독은 경기 후 “두산 타자들이 역시 잘 친다. 그 안에서 돌파구를 찾았다”고 총평했다. 그러면서 “모든 게 벤치 탓이다. 투수교체 타이밍이나 수비 시프트. 작전. 타순 실패가 잘못이었다. 모두 벤치에서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두산 공격의 첨병 이종욱에 대한 수비시프트 실패를 이날 패배의 원인으로 꼽았는데. 이종욱의 타구 중 유격수 쪽으로 가는 타구 2개가 모두 안타가 됐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2루쪽으로 간 타구는 정근우의 시프트에 정확히 걸렸기 때문에 배터리의 볼 배합과 유격수 나주환의 움직임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타순실패도 전략?
웬만해선 경기 후 대부분의 궁금증을 해소시켜 주는 김 감독이 이 날은 딱 한가지. 타순에 대해서는 “기업비밀”이라며 함구했다. 보통 김재현~박재홍~이진영~최정으로 짜여지던 중심타선이 이 날은 박재홍~김재현~박경완~이진영으로 구성됐다. 클린업트리오가 6개의 삼진을 당하며 공격의 흐름을 끊었다. 상대 투수와 시즌 중 데이터. 선수들의 컨디션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타순을 짜는 김 감독이 이 같은 타선을 구성한 것은 ‘장기전을 위한 노림수’로 해석된다. 두산 김경문 감독이 요주의 인물이라고 지명한 세 명을 나란히 배치해 이들을 상대하는 두산 베터리의 볼배합을 읽으려는 의도였다.
◇모두 일부러 그랬나?
김 감독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감독이 현장감각을 얼마나 찾았느냐”다. 경기 전체의 밑그림을 그리고. 요소요소에 작전을 가미해 그림을 완성하는 김 감독의 특성상 감독 자신의 현장감각을 점검하는 경기로 1차전을 맞았을 공산이 크다. 삼성과 두산의 플레이오프 1·2차전 때는 직접 잠실구장을 찾아 ‘경기감각이 살아나는 것 같다’던 그였다. 실제로도 1차전 후 “경기 속에 많이 들어가 있었다. 긴장감 없이 편하게 경기를 했다”면서 “내일부터 내가 잘 하면 된다”고 말했다. 20일 넘게 손을 놓고 있던 ‘현장감각’을 찾기 위한 테스트를 마쳤다는 의미다.
기사제휴/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