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과 포르투갈 대표팀을 이끌고 2002년 한/일 월드컵 우승, 유로 2004 준우승 등 각종 메이저 대회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낸 스콜라리 감독은 새로운 도전의 장소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택했다. 그리고 21세기 신흥 강호 떠오른 첼시에 입성하게 된다.
시즌을 앞두고 스콜라리 감독을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렸다. 비록 그레미우, 팔메이라스 등을 통해 클럽 감독을 지낸 경력이 있지만 오랜 기간 대표팀 감독으로 활동해 온 그가 클럽 팀을 제대로 이끌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 부호를 달았다.
이는 대표팀과 클럽을 운영하는 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이다. 특정 대회를 목표로 팀을 만들어 나가는 대표팀과 달리 클럽 팀은 매주 경기가 치러지며 한 경기 한 경기에 대한 반응이 즉각적이다. 때문에 인내심을 갖고 오래 지켜보지 않는다.
하지만 스콜라리 감독 자체의 능력을 의심하진 않았다. 그는 분명 세계 최고의 명장 중 한명이다. 2002년 모두의 예상을 깨고 부진에 빠져 있던 브라질을 세계 정상에 올려놓았으며 포르투갈의 새로운 황금기를 이끌기도 했다. 강력한 카리스마와 팀을 장악하는 한편 아버지와 같은 온화함을 통해 선수들의 두터운 신망을 얻었다.
때문에 ‘스타군단’ 첼시의 감독으로 제격이라는 평가도 잇따랐다. 전임 아브람 그랜트 감독이 첼시를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선수 장악에 실패해 팀을 떠났던 사례를 들며 스콜라리야 말로 첼시를 똘똘 뭉칠 수 있는 감독이라 평했다.
새롭게 돛을 단 스콜라리호의 출발은 매우 좋았다. 리그에서 라이벌들을 체치고 리그 1위를 달리고 있으며 14라운드 현재 최다득점과 최소실점을 기록 중이다. 그러나 최근 상황은 그다지 좋지 못하다. 칼링컵에서 2부 리그에 속해 있는 번리에 덜미를 붙잡혔으며 챔피언스리그에선 AS로마전 1-3 충격패를 비롯해 2경기 연속 승리를 챙기지 못하고 있다.
올 시즌 스콜라리 감독의 가장 큰 고민은 선수들의 부상이다. 디디에 드록바 없이 시즌을 시작한데 이어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이클 에시엔이 장기 부상으로 쓰러지며 조금씩 비틀대기 시작했다. 여기에 미하엘 발락, 데쿠, 히카르두 카르발류, 조 콜, 애슐리 콜 등이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최상의 전력을 갖추는데 애를 먹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 점은 스콜라리 감독의 능력이 뛰어남을 방증 해 준다. 하지만 문제는 최근 첼시의 경기력이다. 지난 뉴캐슬과의 경기에서 시종일관 상대를 압도했으나 끝내 승점 1점을 획득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같은 날 리버풀이 풀럼과 무승부를 거뒀던 상황이라 아쉬움을 더욱 컸다.
사실 뉴캐슬과의 경기는 골 결정력에 대한 문제가 더 컸기에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보르도와의 챔피언스리그 예선은 경기력에서도 많은 문제를 드러냈다. 첼시의 최대 강점 중 하나인 중원 장악력에서 밀리며 전반에 단 하나의 유효슈팅도 기록하지 못했다.
스콜라리를 흔들고 있는 또 하나의 문제는 드록바다. 올 시즌 잦은 부상으로 팀의 공격에 큰 힘이 되지 못하고 있는 드록바는 최근 동전 투척 사건과 인터밀란 이적설로 팀을 어수선하게 하고 있다. 이에 드록바 본인이 사실이 아님을 해명하며 즉각 진화에 나섰지만 팀에 적잖은 영향을 끼친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스콜라리 감독이 보르도와 비긴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16강 진출을 위해선 클루지를 반드시 꺾어야 한다. 만약 16강 진출에 실패한다면 차라리 브라질로 돌아가게 낫다.”며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히는 등 팀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은 상태다.
위기에 빠진 첼시의 다음 상대는 공교롭게도 더 큰 위기에 빠져 있는 아스날이다. 이번 대결은 두 팀 모두에게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경기다. 첼시는 리버풀과의 선두 다툼을 위해 승점 3점이 필요하며 아스날은 리그 우승의 마지막 불씨를 살리기 위해 필승 의지를 밝히고 있다.
올 시즌 첼시는 3경기 연속 무승에 빠진 적이 없다. 때문에 아스날과의 일전은 스콜라리 감독에게 매우 중요한 일전이 될 것이다. 과연, 잉글랜드 정착 이후 첫 번째 시련을 겪고 있는 ‘빅필’ 스콜라리 감독이 위기 탈출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유럽축구통신원 안경남 soccerview.ah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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