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프레토리아대학 포유동물연구소의 크리스 오스튀젠(Chris Oosthuizen)과 동료들은 남극연안섬 중 하나인 마리온 섬에서 펭귄, 남극바다표범 등을 연구하고 있었다.
어느 날 오스튀젠은 새끼와 함께 있는 왕펭귄을 발견했다. 그러나 무심히 지나치기엔 아직 번식기가 아니라는 점과 통상적인 번식지가 아니라는 점이 그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자세히 살펴본 오스튀젠은 왕펭귄과 함께 있는 게 새끼 도둑갈매기라는 걸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도둑갈매기는 새끼 펭귄을 잡아먹는 펭귄의 천적이기 때문.
한 시간 뒤 새끼의 진짜 부모인 도둑갈매기 두 마리가 나타났다. 도둑갈매기들은 펭귄을 줄기차게 괴롭혀 새끼 옆에서 몰아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펭귄은 도둑갈매기를 날개로 때리고 부리로 쪼며 복수에 나섰다. 다시 새끼를 차지한 펭귄은 마치 자기 새끼인양 새끼 도둑갈매기를 발등 위에 올려놓았다.
지켜보던 오스튀젠이 끼어들어 진짜 부모에게 새끼를 돌려주고 나서야 두 천적 사이의 다툼은 끝이 났다.왕펭귄과 황제펭귄은 종종 버려진 새끼를 데려오거나 다른 새끼를 유괴해 자신이 키운다. 오스튀젠은 “펭귄이 천적인 도둑갈매기의 새끼를 키우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면서도 “알고서 새끼를 유괴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는 “지나가던 왕펭귄이 새끼 펭귄과 비슷한 갈색 털의 새끼 도둑갈매기를 보고 이를 키우기로 한 것 같다.”며 “도둑갈매기 앞에 버려진 새끼라고 생각하고 부모로서의 보호본능이 자극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설주기자 spirit010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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