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드라마 ‘불륜남녀’는 기억을, 그것도 일부분만 잃어버린다?
하늘도 진노했던 것일까. 치정으로 얽혀 단란하고 행복했던 가정을 파탄으로 몰고 간 두 남녀가 하루아침에 기억을 잃어 버렸다. 그렇다고 깡그리 날려버린 건 아니다. 두 남녀는 한정된 기억으로 마주 하고 싶은 시간과 사람들만 붙잡고 그게 진실이라고 믿었다.
공교롭게도 두 남녀는 한 시간 간격으로 평일 저녁 시간대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SBS 일일드라마 ‘두 아내’(극본 이유선ㆍ연출 윤류해)의 부정한 남편 강철수(김호진 분)와 MBC 일일드라마 ‘밥줘’의 불륜녀 차화진(최수린 분)이 그 주인공이다.
먼저 방송되는 ‘두 아내’에서 강철수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부분 기억상실증에 걸렸다. 강철수는 사고 전, 본인이 불륜을 저질러 부인 윤영희(김지영 분)와 이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 채 여전히 영희가 자신의 아내라고 생각하고 있다.
더구나 재혼한 아내 한지숙(손태영 분)과의 관계는 물론 존재 자체를 인지하지 못했다. 사고 전 영희에게 보냈던 차가운 시선은 지숙에게로, 지숙에게 향했던 마음은 영희에게로 온통 쏟아 부었다. 더욱이 전 부인 영희에게는 이미 새로운 사랑 송지호(강지섭 분)가 자리했으니 네 남녀가 모두 난감해진 상황.
‘두 아내’가 끝나고 방송되는 MBC ‘밥 줘’(극본 서영명ㆍ연출 이대영 이상엽)에서 역시 한 가정을 박살낸 차화진이 갑작스럽게 기억을 잃어버렸다. 드라마 제작진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극 전개 상 화진이 보여주고 있는 이상증세는 일단은 ‘기억상실’로 명명하는 게 맞을 듯 싶다.
조영란(하희라 분)의 남편 정선우(김성민 분)와 불륜을 저지른 화진은 조영란의 여동생 조영미(오윤아 분)에게 따귀를 맞은 후 기면증세(항상 꾸벅꾸벅 졸거나 잠이 들어 있는 상태) 를 보이는 동시에 부분 기억을 상실했다.
화진의 기억상실을 지속적인 것이 아니어서 순간 다시 기억이 돌아오기도 했다. 그야말로 정신상태가 오락가락했다.
나란히 정신줄(?)을 놓은 두 불륜 남녀는 극의 활기를 불어넣은 공로도 없지 않다. 하지만 본인들의 치욕스러운 과거를 말끔히 날려버린 채 마치 새 사람이 된 듯 뻔뻔스럽게 살아간다는 설정이 시청자들의 불만을 야기했다.
공식화 돼버린 이야기 구조로 만든 뻔 한 드라마에 시청자들은 넌덜머리가 난다. ‘기억상실’이라는 장치로 얼버무려서 대충 찍어내기 보단, 이전에 보지 못했던 인간 군상들과 그들과 함께 영글어지는 스토리라인을 활짝 펼쳐보는 건 어떨 런지. 드라마 종영 후 시청자들의 평가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사진제공 = 서울신문NTN DB, SBS, MBC
서울신문NTN 김예나 기자 yeah@seoulnt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