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노라조’ 고고걸스와의 인터뷰는 엽기적이다 못해 충격의 연속이었다.
“똘아이? 자주 들어요. 제정신은 아니잖아요! 저흰 뇌구조부터 다르거든요.”(세라)
“세라 언니 가슴은 완전 탱탱해요. 크진 않지만 탐스러운 것이 복실 복실해요. 캬~ 참, 난 엉덩이가 탱탱하고요!”(지나)
“성형요? 당연히 예뻐지고 싶죠. 다음 앨범에 예뻐져서 나오면 ‘쟤네 고쳤구나’하지 말고 ‘좀 벌었구나’하고 축하해 주세요. 수술해서 예뻐져도 엽기는 그대로 갑니다. 고고씽!”(세라)
첫 앨범 ‘고고씽’을 발표하고 타이틀곡 ‘이쁜이 꽃분이’로 활동을 본격화한 고고걸스. 인터뷰 내내 빵빵 터지는 폭탄 발언에 ‘이번 앨범만 내고 활동 접을 건가?’ 하는 생각을 수십 번 했다.
걸그룹 대란 속 ‘엽기 여성 듀오’ 고고걸스가 주목받고 있는 진짜 이유를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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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이쁜 것들 비켜!”고고걸스의 전략은 바로 ‘틈새 공략’. 피 터지게 싸워야 하는 레드오션 속 가요계에도 분명 ‘블루오션’(Blue-ocean)은 존재했다.
예쁘고 깜찍한 걸그룹의 범람 속에 못생기고 엽기적이기까지 한 그녀들의 출현은 단연 빛(?)을 발할 수밖에.
“걸그룹에 묻혀 따라가자는 건 말도 안되고요, 우리만의 색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사장님이 그러시더라고요. ‘너희 콘셉트는 평소처럼만 설치면 된다’고요.(웃음) 완전 좋았죠! 어려서 부터 내숭은 딱 질색이었거든요.”(세라)
전략은 정통했다. 고고걸스는 데뷔 전, 간단한 프로필 기사만으로 각 포털 ‘검색어 차트 1위’를 휩쓸며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아울러 이들이 자체 제작한 2NE1, 소녀시대 패러디 UCC영상은 각 동영상 사이트에서 조회수 1위를 석권, 최다 댓글 영상에 선정되는 기쁨을 누렸다.
“깜짝 놀랐죠. 패러디 영상만으로 검색어 1위에 오르는 건 상상도 못했거든요. 요즘 UCC영상이 트렌드라고 하길래 그냥 연습 삼아 찍어본 거예요. 이렇게까지 이슈가 될진 정말 몰랐죠.”(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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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플 보단 “I Love 악플!”고고걸스의 패러디 영상은 이틀 만에 조회수 10만건 돌파, 무려 일천 개에 이르는 댓글 아니 ‘악플’이 달렸다.
격분한 2NE1, 소녀시대 팬들은 고고걸스가 이미지를 깎아 내렸다며 온갖 비난을 쏟아냈고, 예쁜 걸그룹에 익숙한 남성 네티즌들은 이들의 외모 및 몸매를 비하하는 수위 높은 악플로 익명의 자유를 누렸다.
그래도 신인이고, 여자인데… 행여 상처 받지는 않았을까 조심스레 묻자 반색하며 깔깔 웃는 고고걸스.
“저희는 악플을 즐겨요. 악플로 인해 우울증에 걸리거나 자살까지 했던 연예인 분들의 전례가 있었지만, 악플도 관심의 한 표현이잖아요. 오히려 무플 보단 악플이 낫죠. 아무리 칼 같은 악플도 사랑합니다! 버리지만 마세요~!”(세라)
두 손을 모아 애원하는 듯한 포즈를 취한 고고걸스. 미운 털 제대로 박힌 2NE1, 소녀시대 팬들에게도 한 마디 남겨야 한다며 부산을 떨었다.
“패러디 영상이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해요. 하지만 악의는 없었어요. 2NE1과 소녀시대를 알리는데 조금이나마 일조했다고 생각해 주시고, 불쌍히 여겨 저희도 조금만 예뻐해 주세요.”(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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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적이면 예쁠 수 없나요? 美의 새 기준!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두 악동女, 고고걸스.
마지막 질문으로 가요계에 등장한 이유를 물었더니 갑자기 진지해진 그녀들. 고고걸스는 ‘1% 이쁜 것들’이 아닌 ‘99% 못난이’를 위한 희망적 도전을 펼치고 있었다.
“저희로 인해 미(美)에 대한 새로운 기준이 확립됐으면 좋겠어요. 섹시하거나 예쁜 것만이 미의 기준이 되는 세상이 아니라 즐거움을 줄 수만 있다면 망가지기도 두려워 않는, 저희 고고걸스의 노력도 아름답게 비춰질 수 있는 그런 날이 반드시 오기를 기대합니다.”(세라)
인터뷰 후, 코를 후비고 서로의 엉덩이를 찔러 냄새를 맡는 그들의 엽기 행각 마저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결국 ‘못난이와 예쁜이’는 누군가의 잣대가 그어둔 미의 모호한 경계에 지나지 않음을.
서울신문NTN 최정주 기자
joojoo@seoulntn.com / 사진 = 강정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