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쩍인다고 모두 금은 아니다.’라는 격언을 열심히 실천(?)하는 은행이 있어 화제다.
지폐와 금 대신 적절하게 온도가 조절되는 창고에 금(노랑)빛 치즈를 잔뜩 보관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크레딧 에밀리오 은행이 바로 그곳. 보안장치까지 설치된 창고에서 숙성되고 있는 건 이탈리아의 유명한 파르마 치즈다.
은행은 전문인력까지 고용, 각별한 관리 아래 이 창고에서 치즈를 숙성시킨다. 보통 2년이 걸리는 긴 작업이다. 마치 치즈를 금처럼 보관하며 생산하고 있는 셈이다.
은행이 치즈장사에 나선 것일까. 그건 아니다. 창고에 쌓여 있는 치즈는 모두 치즈생산업자들이 맡긴 담보다. 치즈를 맡기고 치즈생산업자들이 돈을 융통하고 있는 있는 것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치즈를 은행에 담보로 제공하고 돈을 당겨쓰는 이른바 ‘치즈대출’이 시작된 건 2차대전 직후. 그러나 ‘치즈대출’은 최근 특히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은행의 대출문턱이 높아진 때문이다.
현지 언론은 “대출을 받기가 어려워진 가운데 치즈생산업자들에게 현물담보 방식인 ‘치즈대출’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운영되는 방식은 간단하다. 치즈생산업자가 일정 물량 치즈를 담보로 맡기면 은행은 담보증명을 발급해준다. 생산업자는 이를 도매업체에 치즈처럼 팔아넘긴다. 숙성 중인 치즈가 잘 보관돼 있다는 걸 은행이 보증하는 방식으로 간접대출을 받게 되는 것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파르마 치즈생산업자의 연간 평균생산량은 원형 몰드 7000여 개 정도. 원형 몰드 1개 분량의 판매가격은 300유로(약 425달러)다. 통계를 보면 생산업자들은 보통 7000개 중 2000개 정도(약 60만 유로어치)를 은행에 담보로 맡긴다. 은행은 담보가치의 60-70%까지 담보증명을 발급해 준다.
크레딧 에밀리오 은행의 치즈창고 관계자는 “속칭 ‘치즈대출’을 통해 얻는 은행의 수익은 전체의 1%에 불과하지만 은행의 이미지 제고에 큰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 제도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리핏그란마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통신원 손영식 vonis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