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채널을 틀면, 여주인공을 둘러싼 삼각 아니 그 이상의 관계를 설정하고 눈물 짜는 로맨스가 펼쳐진다. 케이블 채널로 방향을 돌리면 온갖 쇼핑 정보와 다이어트 체험기가 판을 친다. 리모컨으로 이리저리 채널 탐험을 해도 결국 볼 수 있는 건 뻔하다. 죄다 여성 시청자가 주 타깃 층인 프로그램들이다.
지난 30일 부로 MBC 드라마 ‘친구, 우리들의 전설’이 종영됐다. 그나마 남성 시청자들의 브라운관 앞으로 모여들 수 있는 시간이었건만 이제 그 마저도 없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사극드라마 MBC ‘선덕여왕’, KBS 2TV ‘천추태후’를 제외하고는 남성들을 공략한 프로그램은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이미 방영되고 있던 프로그램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새로 시작하는 프로그램들 역시 모두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것들 뿐. 29일 첫 방송된 SBS 주말드라마 ‘천만번 사랑해’와 다음 달 5일 첫 방송되는 MBC 새 주말드라마 ‘보석비빔밥’는 여성시청자 입맛에 맞춰 선보여질 드라마다.
‘천만번 사랑해’가 불임으로 고통을 받는 여자와, 생활고로 대리모를 선택한 여자의 삶을 그려냈다면, ‘보석비빔밥’은 네 남매의 성장과 사랑이야기를 다룬다. 특히 ‘보석비빔밥’의 경우 드라마 ‘왕꽃선녀님’, ‘하늘이시여’, ‘아현동마님’ 등을 집필한 임성한 작가가 극본을 맡아 또 다시 ‘아줌마 시청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 방송 3사에서 방영할 수 없는, 시도조차 할 수 없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론칭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는 케이블 채널. 하지만 이들 역시 시청자 층의 다양성 확보에는 별다른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오는 9월 3일 첫 방송되는 올’리브 ‘악녀일기 시즌6’는 유럽 로케이션으로 진행된다. 영국에서 유학 중인 두 명의 여대생은 유럽전역을 무대로 거침없이 활약하며 젊은 여성들의 ‘워너비’로 등극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현재 제작 중인 온스타일 ‘프로젝트 런웨이 KOREA 시즌2’(이하 ‘프런코’) 역시 또 다시 여성 시청자들에게 ‘쏠리는’ 사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프런코’는 신인 디자이너 발굴을 위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시즌1 방영 당시 여성 시청자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사진 = SBS, MBC, 올’리브, 온스타일
서울신문NTN 김예나 기자 yeah@seoulnt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