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데없이 고(故) 장자연의 영화 속 정사신이 화제로 떠오른 가운데 고인을 이용한 마케팅전략이 지나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제작사나 홍보사의 문제이기 이전에 일부 언론의 선정적 보도가 먼저였다는 부끄러운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3일 영화 ‘펜트하우스 코끼리’(감독 정승구)의 제작사는 19금 티저 예고편을 공개했다.
제작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영화의 티저 예고편이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심의거부 판정을 받았다며 배우들의 강도 높은 노출 수위를 궁금케 했다.
단, 1분 11초 가량의 예고 동영상과 A4 용지 1장 분량의 보도자료에서 ‘장자연’의 이름은 어느 한 곳도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부 언론은 동영상 속 약 2초 정도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고 장자연의 정사신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 기사는 ‘고 장자연 정사신 무삭제 개봉’ 등의 제목을 달았다.
고 장자연은 극중 바람둥이 성형외과 의사인 민석(조동혁 분)의 여자친구 중 한 명으로 출연해 각각 자동차와 침실에서 정사를 나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고인의 얼굴은 알아보기 힘들 정도다.
제작사 측은 “당초 편집 여부를 놓고 고심했지만 장자연의 비중이 많지 않고 영화 속에서 꼭 필요한 장면이기 때문에 삭제할 이유를 못 느꼈다.”며 “이를 이용해 홍보할 목적은 추호도 없었다.”고 항변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일부 언론의 선정적 보도로 인해 고 장자연이 세간의 화제가 되자 24일 또 다른 보도자료 두 통이 도착했다.
MBC드라마 ‘선덕여왕’에서 진평왕 역을 맡았던 배우 백종민이 ‘펜트하우스 코끼리’ 에서 장자연을 짝사랑하는 역할을 맡았다는 내용이었다.
또 다른 영화 ‘정승필 실종사건’(감독 강석범) 측은 고 장자연이 영화 속에서 요가센터의 강사로 등장한다며 미공개 사진을 공개했다.
몇몇 언론은 이조차 여과 없이 보도했다. 결국 ‘펜트하우스 코끼리’와 ‘정승필 실종사건’ 두 영화는 졸지에 고 장자연을 마케팅에 이용한다는 여론의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 3월 고 장자연 사망 당시 언론은 한 배우의 죽음 보다 ‘술접대’와 ‘성상납’이라는 먹잇감을 물고 늘어졌다. 때문에 자성의 목소리도 있었다.
반년이 지난 지금, 홍보사의 마케팅 전략을 비판하기에 앞서 언론은 무엇이 달라졌는지 반성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사진 = 영화 ‘정승필실종사건’ 측 공개 스틸.
서울신문NTN 조우영 기자 gilmong@seoulnt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