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가 좋은 지, 생산되는 지역의 물은 깨끗한 지, 꼼꼼히 따져서 막걸리를 즐겨보자. 택배로 전국 주문이 가능한 막걸리 브랜드 다섯개를 꼽았다.
▶월향 현미막걸리
국산 유기농 현미를 재료로 만들었다.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대부분의 막걸리 재료가 수입쌀이나 수입 밀이라는 사실이 찜찜하던 차에 발견하게 됐다.
연한 사과향에 뽀얀 색깔, 신맛이 단맛을 약하게 누르는 첫맛이 인상적이다. 목을 넘길 때는 묵직한 바디감이 느껴지지만 걸림 없이 술술 넘어간다. 끝은 상쾌하다. 여자 친구들과 작정을 하고 몇박스를 마셨더니 다음날 다들 변비가 사라졌다며 좋아했다.
트림이 나거나 머리가 아프지도 않았다. 하루에 한병씩은 꼭 챙겨 마신다. 마셔본 사람은 누구라도 막걸리 전도사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유기농식품 전문점인 초록마을이나 천안양조장에서 구입할 수 있다. 041-565-0620
▶태인막걸리
사이다같은 막걸리 맛에 길들여진 사람은 이 맛을 느낄 수가 없다. 단맛은 아예 없고 텁텁한 느낌이다. 약간 시큼하기도 하다.
막걸리 본래의 맛이 이렇다고 하지만 단맛이 익숙한 보통 사람들에겐 하드코어 중의 하드코어다. 전북 정읍시 태인면에서 30여 년간 양조장을 운영해온 무형문화재 송명섭씨가 직접 농사한 쌀로 만드는 술이다.
감미료 등의 첨가제가 들어가지 않는다. 한 몇 달 내리마셔 막걸리에 대한 내공이 어느 정도 생겼다고 판단될때 시도해보면 좋겠다. 20병 1박스 단위로 판다. 1만6000원, 택배비 포함 2만1000원이다. 063-534-4018
▶산성막걸리
내 입엔 조금 달고 약간 시었지만 같이 마신 여자 친구들은 한결같이 좋다고 했다. 그 신맛은 식초의 느낌이 아닌 상큼한 과일의 그것이다.
입안에서 느껴지던 새콤함은 목넘김 후의 시원함으로 남는다. 남자보다는 여자, 30-40대보다는 20대가 더 좋게 평가했다. 술맛보다는 요거트의 느낌이 더 많이 나서 그런 것 같지만 의외로 도수는 일반 막걸리(5도)에 비해 높은 8도다.
부산 동래산성이 위치해 있는 금정산 맑은 물에 통밀로 누룩을 빚어 만든다. 조선시대, 그러니까 250년전부터 내려온 전통방식이다. 우리나라 막걸리로서는 유일하게 향토 민속주로 지정되어 있다. 051-517-0202
▶덕산막걸리
충북지역에 사는 내 친구들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게 하나 있다. 바로 덕산막걸리를 언제든 마실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다. 그럴 만도 하다. 덕산 막걸리는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은 균형 잡힌 맛을 가지고 있다.
맛있는 막걸리의 가장 중요한 감정 기준 중의 하나인 탄산의 함량이 적절해 입안에서 퍼지는 청량감이 남다르다. 텁텁한 기분이 없이 개운하게 맛이 떨어지고 매우 균형잡힌 바디감을 느끼게 해 준다. 쌉쌀한 뒷맛이 가볍게 혀를 헹궈준다.
내로라하는 막걸리 전문가과의 시음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043-536-3567
▶국순당생막걸리
박스단위 택배로 주문해야하는 지역 막걸리는 사실 좀 번거롭다. 제 아무리 맛이 좋고 몸에 이로운 막걸리라 해도 당장 마실 수 없으면 무슨 소용일까. 동네 슈퍼나 이마트, 요즘은 고깃집에도 많이 들어와 있다.
운반되는 내내 발효가 진행되는 막걸리를 한낮에 트럭 뒷칸에 싣고 다니는 모습이 늘 안타까웠는데 국순당생막걸리는 냉장차로 운반된단다.
맛이 변할 일은 없다는 얘기다. 다만 조금 달고 탄산이 강하다. 걸쭉한 느낌이 약간 떨어진다. 생산된 날짜보다 일주일 정도 숙성을 시켰다 마시면 탄산이 어느 정도 약해져 있는 걸 느낄 수 있다. 아쉬운 대로 나쁘지는 않은 맛이다.
서울신문NTN 이여영 기자 yiyoyong@seoulnt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