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럼] 몇 년전부터 우리 나라는 유명 연예인들의 자살이 거의 매년 반복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08년 기준 한국인 10만명당 자살 사망자는 24.3명으로, OECD 30개 회원국 중 가장 높았다. 이로써 한국은 최근 수년간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라는 부끄러운 기록을 보유해온 국가가 됐다.
자살이 10대에서 교통사고에 이어 사망원인 2위에 오르고, 20대와 30대의 사망원인 중 각각 40.7%, 28.7%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 하고 있다. 이는 미래 희망이자 경제활동 핵심인력이 극단적인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우리 나라 성장 동력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살을 하게 되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우울증이다. 자살이 급증했다는 것은 바로 우리 나라가 살기 행복한 나라가 아닌 살기 힘든 나라가 되어 우울한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20대 가임 여성이 출산률이 낮아지는 것을 포함해서 신생아 출산률이 감소하고 있고 10대들은 학원과 영어 공부에 몸살을 앓고 있으며 20대와 30대는 그렇게 많은 공부를 하여도 취직이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미래가 보장되지 않으니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라는 것도 지극히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자살은 이렇게 국가적으로 피해를 주는 것 뿐만 아니라 한 가정을 파괴하게 하는 무서운 것이다. 이번 최진영 자살의 가장 큰 원인도 각별한 사이였던 누나 자실에 의한 압박감일 것이다. 정신과 진료를 할 때 외래 방문중 가장 많은 것은 우울증이다.
우울증 증세가 있어 정신과 방문하여 상담을 할 때 정신과 특성상 가족 현황에 대해서 조사할 때 가족중에서 부모나 형제중에서 자살한 사실이 밝혀질 때 분위기는 아주 무겁게 내려앉는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 보다 자세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회피하면서 얼굴 표정도 너무나도 어두워진다. 이는 수년 이상 지나도 가족에게 커다란 상처를 주고 가족 중 또 다른 사람이 우울증 질환을 앓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심한 경우 최진영씨처럼 어렵고 힘든 가난한 시절 서로 도우면서 힘겹게 살 때 도움이 되었던 누나 자살을 극복하지 못한 경우 제2의 자살을 부르게 되는 것이다.
가족 친지가 자살하였다고 다른 가족이 꼭 우울증 질환을 앓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심성이 언약하고 약한 사람은 친지 자살이라는 스트레스를 잘 극복하지 못해 우울증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요즘처럼 대가족이 아닌 핵가족화가 되어 서로간의 도움이 부족할 때 더욱 그렇다. 최진영씨가 자살하게 된 것도 이런 핵가족화에 따른 가족간의 의사 소통이 단절되어 언약하고 힘든 사람을 도와주고 위로해주는 기회가 적었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는 전국민 의료화가 되어 OECD 국가중에서 의료비가 가장 저렴하다. 그러나 정신과에서 상담을 받으면서 약물 치료를 받는 것은 다른 나라보다 더 저조하다. 이는 정신과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그만큼 크다는 것과 이와 맞물러 있지도 않은 선입관으로 사람들이 정신과 치료를 주저하기 때문이다.
우울증 환자는 자신이 우울하다는 것을 잘인식하지 못한다. 자살을 시도하기 위해서 건물에서 뛰어 내려거나 음독 자살을 시도하더라도 우울해서 자살을 시도했다고 이야기를 하지 않고 단지 더 이상 살기 싫어하기 때문에 자살했다고 말한다.
우울증은 누구나 쉽게 걸릴 수 있는 질환이다. 그래서 이를 마음의 감기라고 하는 것도 누구나 쉽게 생길 수 있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울증에 의한 파급 효과는 매우 크다. 기분이라는 것은 전염이라는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부모가 우울증이 있으면 아이들도 우울증에 걸릴 확률은 보다 더 많아지게 되면 누군가 자살을 하게 되면 다른 가족들도 자살을 하게 되는 심각한 질환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는 여러 가지 편견으로 정신과에서 제대로 된 치료를 거부하고 있다.
따라서 당장 필요한 것은 우울증 치료를 위한 사회적 기반 확충이며 이를 위해서 정신과에서 우울증 치료를 받더라도 사회 생활에 지장이 없다면 생명 보험과 같은 사보험 가입에서 제한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법안이 올해 상반기에 국회에 상정되어 통과될 예정이라고 한다. 정신과 의사로서 이러한 법안이 빨리 통과되기를 바란다.
사랑샘터 소아정신과 원장 김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