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균이 치바 마린스타디움에서 열린(10일) 히로시마 토요카프와의 교류전에서 시즌 16호 홈런을 쏘아올리며 홈런선두에 한개차로 따라붙었다. 이날 김태균은 5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히로시마 선발 에릭 스털츠의 초구를 통타, 좌월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전날 히로시마 에이스 마에다 켄타의 슬라이더에 고전하며 3연타석 삼진을 당해 우려를 샀던것을 단 하루만에 극복해낸 한방이었다. 비록 팀은 연장접전 끝에 패(7-12)했지만 김태균은 5타석 4타수 3안타(1볼넷) 1타점 3득점으로 시즌 타율을 .296까지 끌어올렸다. 이젠 한경기 부진하다고 해서 슬럼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만큼 일본야구에 완전히 녹아든 김태균이다.
지금까지(11일) 김태균은 시즌일정의 42%(61경기)를 소화했다. 144경기를 모두 소화할 경우 최소 35개 정도의 홈런은 충분히 쳐낼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투수들의 정면승부가 지금처럼 이뤄질지는 미지수지만 어찌됐던 지금 김태균의 홈런페이스는 놀라울 정도다. 일본진출 첫해에 홈런왕을 노려도 이상할게 없다는 뜻이다.
문제는 그와 홈런왕을 놓고 경쟁할 선수들이 그리 호락호락한 타자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 3년연속 홈런왕에 도전하는 나카무라 타케야(세이부)의 부상
나카무라는 모 아니면 도식의 극단적인 타격스타일의 거포다. 많은 홈런갯수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타율과 삼진갯수는 그가 2년연속 40홈런 이상을 때려내고도 국가대표에 뽑히지 못한 원인중 하나다. 다른것은 제쳐두더라도 홈런을 때려내는 감각과 스윙 매커니즘은 일본 토종타자들 가운데 단연 으뜸이라 할수 있다. 오죽했으면 그의 별명이 ‘오카와리군(한그릇더)’일 정도로 몰아치는 홈런은 무섭기까지 하다. 하지만 나카무라의 올 시즌은 순탄하지가 못하다. 현재까지 홈런 14개(3위)를 기록중이지만 다름아닌 부상이 그의 홈런행진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스프링캠프때 자신이 친 타구에 얼굴을 맞아 안와골절상을 당했던 나카무라는 얼굴붓기가 채 빠지지도 않은 상황에서도 개막전에 출전할만큼 파이터 기질이 있다. 훈련량이 부족해 시즌 초반에는 극도의 부진에 시달렸지만 어느새 홈런선두권까지 치고 올라오는 ‘명불허전’ 그대로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최근 나카무라는 오른쪽 팔꿈치 통증에 시달리고 있다. 급기야 어제(10일) 한신과의 경기에서 선발명단에서 제외됐고 1군 등록도 말소됐다.
아직 정확한 진단결과가 나오지 않아 예측할수는 없지만 나카무라의 오른쪽 팔꿈치 통증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자칫 고질병이 될수도 있다는 뜻이다. 김태균 입장에서는 가장 큰 경쟁자 한명이 부상으로 시름하고 있어 짐 하나를 덜어낸 셈이다.
◆ 일본진출 7년만에 홈런왕에 도전하는 호세 오티즈(소프트뱅크)
오티즈는 지난 2003년 오릭스 유니폼을 입으며 일본야구와 연을 맺기 시작했다. 외국인 타자로서 첫해 33홈런을 쏘아올렸던 그는 그러나 잦은 부상, 특히 수비쪽에 문제가 있어 타격에 영향을 미친 스타일이었다고 볼수 있다. 2년동안 일본을 떠나있던 그는 2007년 치바 롯데로 다시 복귀했다가 지난해 소프트뱅크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포수를 제외한 내야 전포지션을 맡아볼 정도로 유틸리티 플레이어지만 수비력은 떨어지는 편이다. 잦은 포지션 변경은 그만큼 한곳에서 정착할정도의 수비력이 아니었기 때문인데 홈런도 일본진출 첫해를 제외하고 그렇게 폭발력 있는 모습을 보여준건 아니다. 지난해 기록한 홈런은 20개다.
하지만 올해는 2003년의 재림을 보고 있다는 착각이 들만큼 전혀 다른 타자가 돼 있다. 오티즈가 나카무라와 다른 점은 비록 3할타율은 단 한번도 기록한적이 없지만 매시즌마다 2할대 후반의 비교적 정교함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홈런을 생산하기 위한 첫번째 과제는 일단 공을 배트에 맞추는 것이다. 더군다나 오티즈는 공을 기다리기 보다는 치려는 성향이 매우 강한 타자다. 일본에서 한시즌 40볼넷 이상을 기록한 적이 없을 정도인데, 올해는 부상 걱정없이 경기에 나서는 날이 많다는게 예전과는 다른 상황이다. 김태균과는 다르게 일본야구 경험이 풍부하다는 그의 장점을 감안할때 지금과 같은 홈런페이스가 시즌 끝까지 갈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오티즈 뒤에 배치된 베테랑 4번타자 코쿠보 히로키가 초반의 맹타를 뒤로 하고 점점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코쿠보가 나이에 따른 체력적인 부담으로 시즌 후반기로 갈수록 페이스가 떨어질 가능성 커 투수들이 얼만큼 오티즈를 상대해줄지는 미지수다.
◆ 일본 역대 최고령 홈런왕에 도전하는 야마사키 타케시(라쿠텐)
지금까지 일본프로야구 최고령 홈런왕 기록은 카도타 히로미쓰가 가지고 있다. 카도타는 난카이 호크스 시절인 1988년에 만40세의 나이로 44개의 홈런을 때려 홈런왕에 등극했다. 이 기록에 도전하는 야마사키는 1968년생으로 만약 야마사키가 올해 홈런왕에 오르면 22년만에 신기록의 주인은 바뀌게 된다. 현재까지 가능성이 전혀 없는것도 아니다.
이젠 야마사키는 타율은 완전히 버렸다는 인상이 들만큼 풀스윙으로 일관하는 타격스타일로 변해있다. 현재까지의 타율은 .230에 불과하지만 시즌 초반에는 1할대 중반이었던 타율을 최근의 맹타로 그나마 끌어올린 것이다. 야마사키가 끌어올린 것은 타율뿐만이 아니다. 최근 하루걸러 한개씩 홈런을 쳐낸다는 인상이 들만큼 어느새 리그 홈런 공동 3위(14개)까지 치고 올라왔다.
야마사키는 이미 2번의 홈런왕(주니치-1996년,라쿠텐-2007년)을 차지한 전력이 있는 선수다. 그만큼 홈런을 쳐내는 감각이 탁월한데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홈런생산이 증가하는 그의 타격성향을 감안할때 어쩌면 김태균이 가장 경계해야할 선수라고도 볼수 있다.
이밖에 홈런왕에 도전하는 선수로는 홈런12개를 나란히 기록중인 오릭스의 차세대 거포 유망주인 오카다 타카히로(등록명 T-오카다)와 올해 세이부 유니폼을 입은 외국인 타자 디 브라운이다. 특히 오카다는 중학교 시절 비거리 140m 홈런을 쳐냈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파워를 지닌 타자로 유명했다. 2005년 고교 드래프트 1순위로 오릭스에 입단 오카다는 그러나 작년까지만 해도 1군 경기출전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주전 외야수로 출전하며 기량을 끌어올리고 있는데 ‘제2의 마쓰이’라는 고교시절의 별명처럼 화끈한 장타력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김태균은 쟁쟁한 타자들이 포진해 있는 리그에서 홈런왕을 차지할수 있을까.
분명한 것은 여타의 홈런왕 후보선수들과는 달리 기복이 거의 없고 슬럼프의 텀이 짧은 김태균이 뒤질게 없다는 점이다.
김태균 뒤에 배치돼 있는 오마츠 쇼이츠의 기량을 감안할때 투수가 김태균을 피하는 일도 드물다.
홈런왕을 차지할수 있는 모든 조건들은 갖추고 있는 셈이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윤석구 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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