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8살인 왕첸진(王千金)은 어렸을 적 의료사고로 얻은 뇌성마비 때문에 사지를 움직일 수 없다. 학교를 다니거나 교육을 받은 적이 없지만 독학으로 한국어와 일본어를 배울 만큼 학구열이 남다르다.
왕첸진은 최근 움직일 수 없는 손발 대신 입술로 타이핑을 해 20만자에 다다르는 소설을 집필하는데 성공했다.
그녀는 신체 중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머리를 이용해 책을 써야겠다는 꿈을 꿔왔다고 한다. 타인의 도움없이 자판을 두드릴 수 있는 유일한 도구는 입술. 자판이 작은 탓에 수 많은 오타가 났지만, 이 또한 스스로 한자씩 고쳐가며 이야기를 완성했다.
왕첸진이 한 글자를 ‘쓰는데’ 걸리는 시간은 무려 4초. 보통 사람들이라면 생각하기 어려운 인내심으로 총 82편의 글을 써내려갔다.
인터넷에 연재한 그녀의 소설은 클릭수가 34만 건에 이를만큼 인기를 모았다. 특히 그녀가 손발이 아닌 입술로 타이핑해가며 글을 썼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사람들은 더욱 폭발적인 반응을 보냈다.
그녀의 부모는 “딸아이가 매일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모습을 보고 단순히 게임을 즐기는 줄 알았다.”면서 “우리도 모르는 새에 인터넷에서 유명한 작가로 불린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말했다.
10대 소녀의 감성을 살린 풋풋한 러브스토리의 소설은 인터넷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지만, “진짜 장애인이 맞냐.”, “장애를 빌미로 인기를 끌려는 것 아니냐.‘는 비난도 감수해야 했다.
왕첸진은 “언제나 글을 쓰고 싶었고, 글을 쓸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왔다.”면서 “따가운 눈총도 있지만, 꿈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연습해서 훌륭한 작가가 되고 싶다.”고 희망했다.
이미 출판사 몇 곳이 그녀에게 정식 계약을 요청했으며, 인터넷상에서는 그녀의 새로운 소설을 기다린다는 팬들의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는 상황. 뇌성마비 소녀의 꿈이 이뤄지는 순간이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수많은 장애인들의 희망”이라는 극찬도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