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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 전술 리뷰] 진짜 매직이 필요한 히딩크의 터키

작성 2011.11.15 00:00 ㅣ 수정 2011.11.15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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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사’ 거스 히딩크 감독이 위기에 빠졌다. 늘 극적인 승리를 장식하던 그의 행보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히딩크가 이끄는 터키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유로 2012 본선 진출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크로아티아에게 0-3으로 완패했다. 더구나 경기가 치러진 장소는 터키의 홈구장이었다. 히딩크 매직을 바라보는 시선이 차가워진 이유다.

히딩크와 크로아티아의 인연은 제법 질기다. 1998년 조국인 네덜란드를 이끌고 출전한 프랑스 월드컵에서 히딩크 감독은 4강에 오르는 저력을 보였다. 그러나 대회의 마침표를 찍는 3-4위 결정전에서 당시 돌풍의 주인공인 크로아티아에게 1-2로 패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두 번째 만남은 2006년 독일 월드컵이다. 호주의 감독이었던 히딩크는 조별 예선 최종전에서 크로아티아와 2-2 무승부를 거두며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반면 후반 78분까지 2-1로 앞서 있던 크로아티아는 다 잡았던 16강 티켓을 호주에게 내주고 말았다. 8년 만에 히딩크가 크로아티아를 상대로 복수에 성공한 셈이다.

그러나 5년 뒤 승자는 또 다시 크로아티아의 몫이 됐다. 물론 아직 경기가 끝난 것은 아니다. “터키와의 경기는 이제 전반전이 끝났을 뿐”이라는 크로아티아 미드필더 루카 모드리치의 말처럼 양 팀의 승부는 아직 2차전을 남겨두고 있다. 그러나 모든 상황이 터키에게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 3골 차 그리고 원정, 히딩크에겐 그야말로 진짜 매직이 필요하다.

지난 1차전은 전술적으로 매우 흥미로운 경기였다. 터키와 크로아티아는 서로 다른 포메이션을 사용했고 결과는 한쪽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이 났다. 이날 경기를 지배한 쪽은 분명 홈팀 터키였다. 터키는 70%의 높은 볼 점유율을 유지하며 경기를 리드했다.

그러나 더 많은 슈팅을 터트린 쪽은 크로아티아였다. 슬라벤 빌리치 감독의 크로아티아는 무려 13개의 슈팅을 시도했고 이 중 9개가 유효슈팅으로 연결됐다. 반면 히딩크의 터키는 골문을 벗어난 2개의 슈팅이 전부였다.

두 팀의 경기가 준 교훈은 분명했다. “볼 점유율이 승리를 보장하진 않는다.”는 것이다.(공교롭게도 이튿날 스페인 역시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잉글랜드에 0-1로 패했다) 터키는 4-3-3 포메이션을 사용했고 짧은 패스를 통해 볼을 오랫동안 소유했다. 그러나 상대 박스 근처로 투입되는 패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90분 내내 비효율적인 움직임을 반복했다.

반면, 원정팀 크로아티아는 미드필더와 포백라인의 간격을 좁게 유지한 채 좌우 측면 미드필더의 빠른 역습을 통해 터키의 약점을 공략했다. 빌리치 감독의 4-4-2는 매우 조직적이며 견고한 움직임을 보였다.

전방 투톱은 왕성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상대 센터백과 수비형 미드필더를 괴롭혔고 포백 사이의 간격을 타이트하게 유지하며 상대 패스를 사전에 차단했다.

전술 외적인 부분도 크로아티아에게 유리하게 작용됐다. 전반 2분 만에 터진 이비차 올리치의 골이 바로 그것이다. 빠른 선제골은 선수비 후역습 체제의 크로아티아를 더욱 유리하게 만들었다. 터키는 시간이 지날수록 초조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사실상 이날 승패를 가른 가장 큰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포메이션과 시스템 외에 또 다른 전술적 요소는 빌리치 감독의 ‘스르나 시프트’다. 이날 크로아티아의 스르나 시프트는 한 마디로 완벽한 성공이었다. 빌리치는 오른쪽 풀백인 스르나를 우측 미드필더로 전진시켰다. 대신 89년생 도마고이 비다를 스르나 자리에 배치했다.

이것은 세 가지 효과를 가져왔다. 첫째, 크로아티아의 역습시 측면의 스피드와 정확한 크로스를 제공했다. 스르나는 전반 종료직전 크로스를 통해 마리오 만주키치의 두 번째 골을 도왔다. 또한 후반 초반에는 정확한 프리킥으로 베드란 촐루카에게 세 번째 골을 선사했다. 둘째는, 압박과 수비적 효과다. 수비력이 뛰어난 스르나를 전진 배치 시키며 압박의 강도를 높였고 덩달아 수비력도 강화했다.

마지막은 비다의 오른쪽 풀백 배치다. 비다는 스르나의 보호아래 측면보단 중앙으로 이동하며 센터백과 함께 빈 공간을 파고드는 터키 윙어 아르다 투란을 견제하는데 집중했다. 이로써 빌리치 감독은 스르나의 공격적 재능을 낭비하지 않음과 동시에 상대 공격을 안전하게 방어하는 수비적 효과까지 볼 수 있었다.

경기 후 히딩크 감독은 “터키의 패배는 전적으로 내 책임이다. 선수들은 모두 내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며 크로아티아전 완패의 원인을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이는 히딩크 감독 스스로 전술적인 실수가 있었음을 인정하는 발언이기도 하다. 크로아티아에게 어느 정도 운이 따른 것도 사실이지만 빌리치 감독이 히딩크의 수를 앞섰기 때문이다.

‘마술사’ 히딩크 감독에게는 아직 기회가 남아 있다. 하지만 히딩크가 내년에도 터키의 감독직을 계속해서 수행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유럽축구통신원 안경남 pitchacti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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